오는 4월25일부터 경기도 이천, 여주, 광주에서 30일간 열리는 '2009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얼마전 70개국 1,726명의 작가들이 총 3,196점의 작품을 공모해 역대 세계 최다 규모의 공모전으로 성황을 이룬 '2009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의 최종 수상작이 공개됐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률을 보인 이번 공모전은 아쉽게 대상작 선정에는 실패했고 금상에 조형부문 서병호(한국, 48)의 ‘기억 080902’이, 생활부문 헤링 에스링어(독일, 41)의 ‘우아한 만찬’이 각각 선정됐다.

세계인의 도자 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2009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개막에 앞서 지난 14일, 우리나라 옛 돌절구의 형태를 이미지화해 이번에 금상을 수상한 서병호 작가의 작업실 충북 음성에 찾아가 그와 그의 작품을 직접 만나봤다.


다음은 서 작가와의 1문1답.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하실 줄 아셨나요?
당연히 몰랐죠. 누구나 상을 받을 것이란 기대심리를 가지고 출품은 하지만, 내가 상을 받을 것 이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그 많은 작품 가운데 수상작으로 뽑힌 주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생각하기에는 큰 상을 받는다는 것, 대단한 운이 따라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동상을 주고 은상을 준다고 해서 그 작품이 동상과 은상으로서의 가치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상위권에 올라간 후부터는 운도 많이 따라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서 작가님의 작품 콘셉은 뭔가요?
가장 동양적인 것, 부드럽고 곡선적이면서도 두툼함, 뭐 이런 것들. 늘 우리 주변에 눈에 띄지 않게 퍼질러져 있는 것들이 제 작업의 소재이고 주제입니다.

-이번 공모전에 공모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30년간 도자기 작업을 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게 됐습니다.
나이 들면서 체력이 딸리다 보니 편하게 작업하려는 생각도 들고.. 뭐.. 이럴 수도 있지.. 내 작업인데, 이렇게 끝낼 수 도 있잖아, 이게 뭐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면 괜찮아.. 이런 스스로가 안주하는 상황들이 자꾸 작업에 보여지게 되더라고요. 어딘가에 출품해서 그런 안주하는 게 보여졌을 때 아쉬움이 남았어요. 그러면서 나도 다시 지금부터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란 생각을 했죠.

-금상은 상금이 얼마지요?
2,000만원, 아주 제겐 큰 돈이지요.

-상금으로 뭘 하실 건가요?
주변에 한턱 내라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럴 생각이고, 그러면서 도자 작업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밥 한번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겠죠. 또 한 가지는 집사람과의 해외 여행인데, 아내에게 여행 가자고 했더니 저보고 너무 낭만적이기만 하다며, 먹고 살 걱정해야지 무슨 여행이냐고, 그렇지만 이번엔 꼭 한번 데리고 가고 싶어요.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의 취지를 알고 계십니까?
제가 판단하기에는 우리나라 도자문화를 발전시키려는 취지, 도예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여건을 좋게 할 수 있는, 도예가들을 위한, 또 세계 속에 우리 도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생각해요.

-도자기 하시면서 괜히 했다고 후회하신 적 있으십니까?
한번도 없어요. 생활고에 시달린 적은 있죠. 집사람이 고생을 혼자 많이 했습니다. 한번은 떡볶이 가게도 했었고. 나쁜 남편이죠. 하지만 제게 도자기는 늘 재미있는 일이었고 지금도 해야 할 작업이 너무 많은데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 다른 것 해야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 없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뭐죠?
작가들이 앞으로의 포부, 계획 뭐 그런 게 있나? 라고 반문하고 싶어요. 늘 하던 작업하면서 내 작품세계에, 혹은 내가 하고 싶은 작업들을 조금 더 많이 해보고 싶은, 작업에서는 어제가 오늘처럼 오늘이 내일처럼 꾸준히 해나가는 작가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