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사찰마다 연꽃등불이 켜지는 계절이다. 청계천에도,종로에도,잠실에도 오색 연등이 걸렸고,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14일 저녁부터 국보 제11호 익산미륵사지 석탑을 3분의 1로 축소한 높이 22m의 거대한 장엄등이 켜졌다. 불기 2553년 부처님오신날(5월2일)을 맞아 불교계의 봉축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한 것이다.

불교계는 올해 봉축행사의 주제를 '나누는 기쁨 함께 하는 세상'으로 정하고 다양한 축하행사를 마련한다. 경제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보훈병원 · 경찰병원 · 국립의료원 등의 환자를 위한 연꽃등 선물,난치병 어린이 돕기 3000배 정진기도(조계사),이웃을 위한 희망의 등달기,자비의 쌀 나누기,독거노인 · 재소자 등을 위한 자비의 선물 등 50여개의 나눔행사가 다채롭다.

불교계 종단 지도자들도 봉축법어에서 자비와 나눔을 특별히 강조했다. 법전 조계종 종정은 "(법은)버리고 비우면 그 모습이 역력히 드러나고 탐하고 얽매이면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며 "무명(無明) 속에서 걸림 없는 지혜를 얻은 이는 곳곳에서 살아있는 부처를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용 천태종 종정은 "중생공양이 제불(諸佛 · 모든 부처)공양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려울수록 더 큰 자비심으로 베풀고 공양하여 공덕의 숲을 가꿔야 한다"며 "단순함과 간소함,그 생활의 여백에 불심은 찾아든다"고 설파했다. 또 혜초 태고종 종정은 "오늘 바로 이 자리,우리 곁에 있는 내 이웃과 가족,사랑하는 이와 미워하는 이,그리고 모든 생명이 살아있는 부처님"이라며 이웃과 고통을 함께 나눌 것을 호소했고,도흔 진각종 총인은 "나누는 기쁨과 함께하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자비행의 실천과 희사의 참 정신을 전하는 초발심(初發心)을 내자"고 강조했다.

봉축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연등축제다. 1996년 종교행사에서 국민축제로 전환한 연등축제는 부처님오신날 직전 일요일에 열리며 지난해 당일 참가자만 30만명을 넘어선 초대형 행사다. 25일 저녁 전야제 형식의 연등놀이가 조계사 앞길과 인사동에서 펼쳐지고,연등축제 당일인 26일에는 외국인 등 만들기 대회,불교문화마당,국제마당,전통문화마당,전래놀이마당,나눔마당,NGO마당(조계사 앞길),어울림마당(장충체육관),화합한마당(동국대 대운동장) 등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 연등축제의 백미인 연등행렬은 동대문운동장에서 출발했던 예년과 달리 서울 필동 동국대 운동장을 오후 6시쯤 출발해 종로~조계사에 이르는 구간을 행진한 뒤 보신각 앞 종각사거리에서 대동한마당으로 축제를 마무리한다.

부처님오신날인 다음 달 2일에는 오전 10시 전국 사찰에서 봉축 법요식을 연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