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세계슬로걷기축제'가 오는 18~19일 전남 완도에서 열린다.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가입을 기념하고 세계걷기도시연맹 창설 및 세계걷기의날 지정을 주도하기 위한 행사다. 18일에는 완도와 다리로 연결된 신지도 명사십리 해수욕장 주변의 국내 최대 유채꽃밭길을 2시간 동안 걷는다. 완도 소망의 숲 만들기,모래조각 전시회,완도 슬로시티 사진전시회,코스별 테마 걷기존,헌신발전시회,안단테 테마불꽃쇼 등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19일에는 슬로시티로 지정된 청산도로 들어가 역시 2시간 동안 걸으며 '느림의 미학'을 만끽한다. 구간별 테마존에서 바람개비 날리기,보리피리 불기 같은 다양한 감성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참가비는 없다. 18일 신지도 걷기행사는 참가 인원 제한이 없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청산도 걷기행사는 1500명으로 참가 접수를 완료했다. 완도에서 들어가는 배편이 한정돼 있어서다.

제1회 세계슬로걷기축제 이틀째 행사가 진행되는 청산도는 지금 봄이 한창이다. 돌담 너머 봄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와 그보다 더 푸른 마늘싹,그리고 샛노랗게 탐스러운 유채꽃이 어우러진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청산항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닿는 당리마을에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가 있다. 청보리와 마늘싹,그리고 유채밭 사이로 난 나지막한 돌담길 끝자락에 드라마 '봄의 왈츠'를 촬영했던 왈츠하우스가 자리해 있다. 왈츠하우스에 이르는 이 짧은 길은 한국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롱 테이크로 꼽히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유봉 송화 동호,서편제의 세 주인공이 구성진 진도아리랑 가락에 맞춰 한바탕 신명나는 소리판을 벌이며 내려오는 바로 그 장면이다. 시선을 돌리면 다가오는 짙푸른 바다 풍경과 붉고 푸른 지붕의 집들이 처마를 맞대고 있는 모습도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당리마을 가운데에 서편제 촬영세트장인 초가가 있다.

청산도는 섬 특유의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 구들장 논이 이색적이다. 구들장 논은 땅을 파 구들을 놓듯 돌을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만든 계단식 논이다. '청산도에 시집가면 평생 쌀 한가마도 못 먹는다'는 척박했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초분도 독특하다. 죽은 사람을 바로 묻지 않고 이엉으로 덮어두었다가 3년 뒤 길일을 골라 남은 뼈를 추려 땅에 묻는 장례 풍습이다. 고인돌도 볼 수 있다.

완도는 먹을거리로도 매력적이다. 다시마와 톳은 전국 생산량의 80% 이상이 완도에서 난다. 특히 전복은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의 91%가 완도산이다. '완도=전복'이란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완도 바다가 깨끗하고 기름져 전복의 먹이인 미역과 다시마가 잘 자라기 때문이다.

전복은 가두리양식을 한다. 10월부터 3월까지 미역을 주고 4월부터 9월까지는 다시마를 먹이로 넣어준다. 그렇게 3년6개월이나 4년을 키워 출하한다. 2000마리가 사는 전복집을 연간 100칸 정도 출하하는 삼성수산의 이종윤 대표에 따르면 전복은 1㎏에 6마리짜리를 최상품으로 친다. 보통 15%가량 나오는 최상품의 요즘 도매 시세는 6만7000원 선이다. 이 대표는 "전복이 제일 맛있는 시기는 요즘으로,알을 가져 산란하기 전까지 살이 통통하게 오르기 때문에 죽을 끓여도 향이 좋고 담백하다"고 말한다. 완도농협이 운영하는 완도군 이숍(www.wandoguneshop.com)을 통해 전복을 포함한 완도 특산물을 살 수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