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컨설팅 회사 디지털 로암의 최고경영자인 댄 로암이 몇 년 전에 겪은 일입니다. 그는 동료의 강연을 대신 떠맡고 강연 주제도 모른 채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담당자가 강연의 프레젠테이션을 보여달라고 하는 게 아닙니까.

그 때 그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냅킨에 간단한 그림을 그려 핵심 내용을 보여준 겁니다. 그리고 이 내용을 강의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 때부터 그는 그림의 힘을 깨닫고 이를 연구하기 시작했지요.

이번 주에 나온 《생각을 쇼(SHOW)하라-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6가지 방법》(댄 로암 지음,정준희 옮김,21세기북스)에서 그는 '시각적 사고'의 힘을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시각적 사고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고 말합니다.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는 사람들조차도 이 능력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군요. 실제로 그는 시각적 사고 기술을 이용해 복합적인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경영컨설팅 회사를 설립하고 구글,이베이,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에 컨설팅을 해왔습니다. 20년간 시각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된 그림과 최근 시각학 분야에서 발견된 사실을 바탕으로 그는 '그림의,그림에 의한' 사업에 성공한 것이죠.

시각적 비즈니스의 성공 사례 중 또다른 것은 사우스웨스트항공입니다. 전통적인 항공사들을 이길 방법을 궁리하던 허브 캘러허는 냅킨과 펜을 집어 들고 댈러스와 휴스턴,샌안토니오를 나타내는 세 점을 그린 뒤 세 도시 간의 직항 노선을 나타내는 화살표를 그렸습니다. 이 간단한 그림 덕분에 사우스웨스트항공이 탄생하게 됐고 항공업계 최고의 성장 스토리도 나왔죠.

시각적 사고의 개념은 '아이디어를 눈으로 보라' '아이디어를 발견하라'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라' '아이디어를 팔아라'로 요약됩니다. 자,이제 우리에게는 눈과 마음의 눈,손과 펜,종잇조각(화이트보드)만 있으면 됩니다. 지난해 비즈니스위크가 '혁신에 관한 최고의 책'으로 꼽았군요.

고두현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