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뜻 이어받아 사랑, 감사합시다"

1천여명 가르침 실천 다짐..선종후 3만여명 찾아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이어받아 우리 모두 서로 사랑하고 감사합시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지 49일째 되는 5일 오전 경기도 용인 천주교 묘원 성직자 묘역에는 신자 1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고인의 추모 미사가 엄숙하게 치러졌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와 함께 치러진 이날 추모미사는 30여명의 사제단과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이 종려나무 가지인 '성지(聖枝)'를 들고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미사 행렬은 성직자 묘역 끝 부분에서 시작해 중앙 통로를 통해 제단까지 이어졌고, 이들은 김수환 추기경의 묘에 분향하고 성수(聖水)를 뿌린 뒤 추모 미사를 이어갔다.

정 추기경은 미사를 집전하며 "오늘 우리는 김수환 추기경을 기억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며 "김 추기경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감사와 용서, 사랑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생활 안에서 실천하기로 다짐하자"고 말했다.

추모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은 저마다 두 손을 모으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에게 천상낙원을 허락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성가대 30여명의 합창과 특송은 추모 미사를 한층 장엄하게 했다.

묘역에 경건한 성가가 울릴 때마다 추모객들은 두 눈을 감은 채 깊은 묵상에 잠겨 김 추기경의 가르침을 떠올렸고 곳곳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미사는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으며 정진석 추기경은 미사가 끝난 뒤 김 추기경 묘소 앞에서 잠시 눈을 감고 기도하고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비석에 대고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헀다.

비석에는 김 추기경의 사목 표어인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와 가장 좋아했던 시편 23편 1절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라는 문구가 김 추기경의 약력과 함께 쓰여 있다.

정 추기경은 취재진과 모인 사람들에게 "추기경님 장례를 엄숙하고 장엄하게,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우리 마음에 꼭 맞게 치렀다"며 "그동안 하나하나 결정할 일이 수도 없이 많았는데 결정을 이해하고 협조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미사가 끝난 뒤 신자 100여명은 추기경 묘소에 헌화하고 묘소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박글라라(71.여) 씨는 "김 추기경이 선종하시고 나서 집에서 매일 아침 연도를 드렸다.

추모 미사가 있는 오늘은 직접 묘소를 찾아 연도를 올리고 싶어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인숙(69.여) 씨는 "추기경님이 평소 소박하고 검소하게 사시며 낮은 곳을 비추는 삶을 사신 게 돌아가시고 나서 더 빛이 나는 것 같다"며 "좀 더 계셔서 좋은 말씀 많이 남겨주셨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안병주 묘원 관리소장은 "추기경이 선종한 뒤 49일 추모기간에 평일 600-700명이 묘소를 찾는 등 모두 3만여명의 참배객이 다녀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뜨거웠던 추모 열기를 전했다.

(용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