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미술품 장터'(아트페어)가 잇따라 개최된다. 기업과 화랑이 공동 주최하는 아트페어,인기 연예인들의 작품 전시와 연계시킨 이색 특별전,고품격 에로티시즘을 담아낸 그림 축제,'과장 명함 소지자 무료 입장' 프로그램 등 형식도 다양하다. 고급 호텔 객실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아트페어도 등장했다.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는 서울오픈아트페어를 비롯해 서울아트살롱,서울포토페어,'구상대제전'과 '아트서울',한국현대미술대전,아시아 톱갤러리 호텔아트페어,한국 에로티카 국제 아트페스티벌이 줄줄이 열린다.

특히 추상화가 이우환씨를 비롯해 권옥연 김창열 이강소 김종학 황용엽 구자승 오치균씨 등 국내외 작가 2000여명의 작품 2만여점이 이들 행사를 통해 쏟아져나오는 데다 그림 가격 역시 화랑가보다 10~20% 정도 저렴해 직장인들이 봄나들이를 겸한 '미술투자 여행'으로 즐겨볼 만하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300만원 이하 작품까지 손비처리가 가능해져 미술품에 관심이 있는 기업과 새내기 수집가들이 큰 돈 들이지 않고 컬렉션에 나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서울 수도권 화랑 70곳과 기업 6곳이 공동 개최하는 서울오픈아트페어(SOAF)는 오는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개막된다. 아트페어를 통해 예술과 기업을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취지에서 아트페어 제목을 '컬처노믹스'로 붙였다. 참여 기업은 해태 · 크라운제과,동아제약,토마토상호저축은행,대신증권,롯데에비뉴엘,하나대투증권 등이다.

이번 행사에는 권옥연 이우환씨 등 원로 작가와 중진 · 신진 작가 1200여명의 회화 · 조각 · 사진 작품 5500여점이 비교적 싼 가격에 나온다. 특별 전시로는 연예인 강석우 김혜수 김애경 심은하 이상벽 조영남 등 6명의 그림 · 사진 작품을 모은 '스타예술프로젝트'전,화가 배희권씨(예명 시온칸)가 김형오 국회의장 ·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등 각계 인사 70명의 초상을 크로키로 작업한 '명사 얼굴'전,공모를 통해 발굴한 20대 작가 작품을 선보이는 '이머징 아티스트 콘테스트'전 등이 진행된다.

과장 명함을 소지한 직장인들이 무료로 입장해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정찰제로 구입할 수 있는 그림 장터도 눈길을 끈다. 미술 전문기획사 마니프(MANIF)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관에 마련한 '구상대제전'과'아트 서울'전이다.

전시에 맞춰 '과장' 명함 소지자는 동반 가족까지 무료 입장해 국내 작가 188명의 작품 4000여점을 취향에 맞춰 고를 수 있다. 특히 전시장 1층 로비에서 열리는'100만원 특별전'에는 정문규 성백주 구자승 최예태 전상수 박용인씨 등 유망작가들의 소품 200여점이 균일가인 100만원에 판매된다.

아름다운 성(性)을 예술로 승화한 미술작품만 모은 미술축제도 등장했다. '건강과 성(性) 박물관'은 오는 7월 21~31일 경기 안산 단원미술관에서 아트페어 형식의 '한국 에로티카 국제 아트 페스티벌'을 열고 고품격 에로티시즘을 작품화한 국내외 작가 270여명의 화화 · 조각 300여점을 전시 판매할 예정이다.

또 한국과 일본,중국의 화랑들이 주축이 돼 열리는 '아시아 톱갤러리 호텔 아트페어'는 호텔 객실에서 미술품 2000여점을 전시 판매하는 색다른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숙영 서울오픈아트페어 운영위원장은 "미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아트페어가 생겨나고 있다"며 "침체된 시장의 활력소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