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세상을 떠난 지 49일째 되는 날이자 경기도 용인 서울대교구 성직자묘역의 김 추기경의 묘소에서 추모 미사가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불교 신자들은 망자가 숨을 거둔 지 49일째 되는 날 '49재(齋)'라고 해서 음식 등을 따로 마련해 망자의 넋을 기리고 극락왕생을 빈다.

그런데 김 추기경의 추모 미사가 그가 선종한 지 49일째 되는 날에 열림으로써 천주교에서도 '49재 미사'를 올리는 것이냐는 오해를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장례위원회에서 추모 기간을 부활절 이전까지로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져 부활절 주간이 시작되는 4월6일 전날에 추모기간을 마무리하는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라며 "그 날이 선종 49일째인 것은 우연"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추기경의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첫 일요일에 봉헌한 추모미사도 우연히 장례식 사흘째에 열려 유교식 '삼우제'처럼 비쳤다고 덧붙였다.

허 신부는 다만 이날이 일반 신자들이 조상의 묘를 찾는 한식이라는 점은 추모미사 날짜를 잡는 데 참작됐다고 설명했다.

가톨릭계에서는 불교 신자들이 지내는 49재가 일반화되면서 일부 가톨릭 신자들도 '49재 미사'를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가톨릭 교회는 '49재 미사'에 대해 공인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금지하지도 않는 특유의 '여유'를 갖고 대처한다는 게 허 신부의 설명이다.

이런 '여유'와 '융통성'은 천주교회가 애초 우상숭배라며 금지했던 유교식 제사를 '고인에 대한 추모'라는 측면을 부각해 1958년부터 허용한 데서 볼 수 있듯이 다른 나라에는 없는 가톨릭의 토착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천주교 신자들은 고인의 기일에 영정 사진 앞에 십자가 상을 놓고 절하지는 않되 추모 기도를 하는 식으로 제사를 지내는 '추모 미사'를 올린다.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tsy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