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밖에 '카페교회' 만들어 신세대 젊은층 끌어들이죠"
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 백화점을 비롯한 쇼핑가와 먹자골목 등이 밀집한 천안시 신부동의 한 빌딩 3층.편의점과 맥주집이 있는 1층에서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가니 'Cafe Grace(카페 그레이스)'라는 커피 전문점이다.

주문한 커피를 갖고 나온 안운형 사장(38 · 사진)은 이탈리아의 고급 커피 브랜드 일리(illy)가 운영하는 카페대학의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바리스타다. 그러나 그의 진짜 직업은 지난 2월 전도사 생활 11년 만에 안수를 받은 목사다. 서울신학대를 나와 호서대 대학원에서 현대문화선교를 전공하며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스스로 준비가 되기 전에는 목사 안수를 받지 않겠다며 신학대 동기들보다 5년이나 늦게 목사가 됐다.

"전도사 생활을 하면서 서울 신정동에 있는 일리코리아의 카페대학에서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고 창업지원까지 받아 2007년 6월 카페를 열었죠.천안 지역에는 단국대 · 상명대 · 백석대 · 나사랏대 등 대학이 8~9개나 되지만 기성 교회들은 성스럽고 엄숙한 분위기 때문에 신나고 역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거든요. "

안 목사는 '카페 그레이스'를 주중에는 커피와 책,공연과 음악을 비롯한 문화가 있는 커피 전문점으로,일요일에는 교회로 활용한다. 카페 내부에 십자가를 세우고 외벽 한 쪽을 십자가가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스테인드글라스 앞의 조그만 단상은 주일 예배 때에는 강단으로,소규모 공연 때에는 무대로 쓰인다. 분당 만나교회,서울 덕수교회처럼 교회 안에 카페를 만들거나 교회 밖에 문화선교 공간으로 카페를 만드는 경우는 꽤 있으나 카페를 겸한 교회는 처음이다.

"우리 교회(그레이스선교공동체 교회)는 교회 안에서 정착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세상 속으로 들어온 겁니다. 따라서 교인을 만드는 교회,울타리 안의 신자만 지키는 교회가 아니라 '교회 밖의 교인'이 더 많은 교회가 되도록 지향해요. 세상 속의 누구라도 여기 와서 쉬고 고민을 털어놓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말입니다. "

이 교회의 주일예배 출석 교인은 3~10명.등록교인은 함께 일하는 바리스타 서태수씨(32)뿐이다. 다른 교회에서 옮겨오는 '수평이동'은 절대 사절이다. 기존 교회들의 교인 끌어오기 경쟁이 초래한 폐단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에 나와보니 교회를 보는 시각이 너무 부정적이라 충격적이었다"며 "교인들이 성경말씀대로 살아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 그레이스'는 이제 천안 시내 교회 청년회들의 단골 모임 장소로 유명하고 주말이면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찬다. 개신교 신자는 물론 불교 신자,무속인까지도 와서 대화를 나누고 간다고 한다. 덕분에 지난해까지 적자였던 영업도 올해 들어선 소폭 흑자로 돌아섰다는 설명.또 교계에 소문이 나면서 과천 소망교회,천안 하늘샘교회,대천 대동교회 등은 안 목사의 노하우를 활용해 카페를 열었고 카페 개설을 위해 상담한 목사도 50명이 넘는다. 안 목사는 "건물이 교회가 아니라 사람이 바로 그 안에 하나님이 머무는 지성소"라며 "교회의 문화를 끌어내 바깥의 문화와 만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크리스찬 바리스타로서 맛있는 커피 뿐만 아니라 삶도 맛있게 바꿔나갈 것"이라며 "카페 사장은 언젠가 물러나도 카페 교회는 계속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041)523-1530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