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여러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드문 사례로 꼽는 것은 위험한 생각입니다. 지난해 표면화됐던 공직자 종교편향 문제처럼 정치 · 경제적 이해가 결부되면 종교 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은 언제라도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죠.그래서 종교평화지수를 연내에 만들어 발표할 생각입니다. "

개신교,불교,천주교,유교,원불교,천도교 등 8개 종단 종교인들의 연합기구인 한국종교연합의 상임대표로 최근 추대된 박남수 천도교 선도사(66)는 3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한국 종교계가 겉으로는 평화롭게 보이지만 잠재적 갈등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 종교 분포와 교류협력,갈등 상황 등을 포함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화 요소에는 플러스(+),갈등 요소에는 마이너스(-)를 부여해 종교평화지수를 매년 발표하고 이후에는 세계종교평화지수도 조사 · 연구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5월까지 지수 산출 세부계획을 발표할 겁니다. "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는 한국종교연합은 세계 140개국에 지부를 둔 세계종교연합(URI)의 한국 내 기구.작고한 강원룡 목사,김수환 추기경 등이 고문으로 참여했고 박종화 목사(경동교회),김숙희 수녀(성심수녀회 관구장),진월 스님(동국대 교수) 등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창립을 주도했던 불교의 진월 스님이 지난 10년간 상임대표를 맡아오다 최근 박 선도사를 새 상임대표로 추대했다.

"한국종교연합은 종교 지도자들의 연대기구인 다른 단체와 달리 일반 종교인들의 네트워크입니다. 따라서 각 종교의 전통과 특성을 살리고 수행이나 신앙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현장 중심의 대화와 소통이 장점이지요. 남의 종교를 알면 내 신앙의 폭이 더욱 넓어지고 공고해집니다. 그러니 종교 간의 대화와 이해야말로 최상의 수련 방법이죠."

박 대표는 "지난해 개신교 청년들이 이슬람 사원에서 강의를 듣고 나더니 '이슬람을 더 빨리 알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더라"며 "종교 간 평화운동은 상대방을 서로 이해하는 연습"이라고 설명했다.

또 "모든 사람이 천심을 회복해 한 마음,한 뜻으로 돌아간다는 천도교의 동귀일체(同歸一體)는 획일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것이 모여 하나가 될 때 진정한 평화가 이뤄진다는 뜻"이라며 "노란 것은 노란대로,빨간 것은 빨간대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