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걸스 '아담, 이브, 뱀' 번역 출간

성경은 '부모를 떠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루라'며 결혼에 대해 설파한다.

예수도 독신과 정결을 칭찬했지만, 결혼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초기 기독교도는 유달리 순결과 독신을 추구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일레인 페이걸스(66) 종교학과 교수는 '아담, 이브, 뱀'(류점석.장혜경 옮김)에서 기독교가 금욕적으로 된 이유와 과정, 시대적 배경 등을 설명한다.

페이걸스 교수는 원래 1988년 출간된 이 책과 그 뒤에 낸 '사탄의 기원'(1995년), '도마복음의 비밀'(2003년) 등 저술마다 논쟁을 불러일으킨 저자로 유명하다.

그는 '아담, 이브, 뱀'에서 "초기 박해자에 대항해 자유를 선언했던 기독교인들은 (기독교가 공인된) 새로운 환경에서 그들의 수사학과 전통적인 이해 방식이 더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그때까지 인간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던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는 인간의 속박에 관한 이야기로 바뀐다"고 주장한다.

페이걸스 교수는 이어 아우구스티누스(344-430)가 '고백록'을 통해 그런 해석을 내놓았다고 소개하고 "아우구스티누스는 아담의 죄가 인간의 죽음을 초래했고 도덕적 자유를 박탈했으며,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성적 타락을 초래했다"면서 "죄에 대한 성(性)적인 해석뿐만 아니라 인간 의지의 도덕적 무기력이라는 가르침까지 찾아낸다"고 덧붙인다.

아울러 "아우구스티누스의 원죄설은 당시의 많은 사람을 설득해 모든 인간에게 외적 통제(제국의 지지를 받는 교회)가 필요하다는 관념을 심어줬기에 정치적으로 효과가 컸다"며 "이는 후세에 전해져 심리적, 정치적 사고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역사의 기록을 뒤져 당대에 금욕을 실천해 이름난 여러 남녀 인물의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면서 인간의 자유 의지를 강조했던 요한 크리소스톰, 오리게네스 등 당시 신학자들이 결국 이단으로 배척됐다고 설명한다.

페이걸스 교수는 "로마 제국의 질서를 지키고자 '아담의 타락'은 곧 '인간의 타락'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고 기독교는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고 사회 현실에 항거하기 보다 원조와 복종을 강조하게 됐다"고 풀이했다.

아우라 펴냄. 320쪽. 1만4천원.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tsy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