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가운데 최초로 도쿄대 교수가 돼 화제를 모은 강상중 교수(59)는 《고민하는 힘》에서 재일 한국인이라는 '경계인'으로 자라는 동안 정체성 문제로 끝없이 고민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고민하는' 것이 '사는' 것이며 '고민하는 힘'이 '살아가는 힘'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는 이 같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아홉 가지 근본적인 고민을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풀어낸다. 그의 깨달음을 양면거울처럼 비춰준 인물은 100년 전에 살았던 일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와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다. 그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생긴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100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들의 글 속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의 한 출구로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을 들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죽음에 대한 고민도 '관계 속에서' 실마리를 찾으라고 말한다. 일본에서 지난해 출간돼 100만부 가까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