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중훈(43)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인 KBS 2TV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이하 '박중훈쇼')을 4개월 만에 그만둔다.

자진 하차다.

26일 KBS에 따르면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은 내달 19일 방송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후속 프로그램은 만들어지지 않으며 일요일 자정 이후 방송되던 외화 시리즈 등이 앞당겨 편성될 전망이다.

'박중훈쇼'가 4개월 만에 문을 닫는 것은 프로그램 포맷에 변화를 주려는 KBS의 제안을 박중훈이 고사했기 때문.
KBS는 내달 봄 개편을 앞두고 이 프로그램을 현재의 박중훈 단독 MC 체제에서 3~4명의 보조 MC를 두는 다중 MC 체제로 변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박중훈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하차의 뜻을 밝히자 KBS는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했다.

박중훈은 "이미 다중 MC 체제의 프로그램이 너무나 많은 상황에서 '박중훈쇼'까지 그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며 "기존 토크쇼들과의 차별화를 꾀하며 1인 MC 체제로 출발한 것인데 포맷을 바꾼다면 애초의 기획의도가 바뀌는 것이라 그럴 바에는 깔끔하게 하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14일 첫선을 보인 '박중훈쇼'는 첫회 손님으로 TV에 좀처럼 출연하지 않는 장동건을 초대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첫회 시청률은 11.4%. 일요일 오후 10시30분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올 1월 들어 '천추태후'가 시작하면서 '박중훈쇼'는 1시간 뒤로 밀려 오후 11시30분에 편성됐고, 일요일 심야 시간대에 진입하면서부터 시청률은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제작진이 내세운 여유와 '무자극성'이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지루함으로 다가온 점도 패인으로 꼽힌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끌어온 이영돈 KBS기획제작팀 국장은 "보조 MC를 두지 않고, 자막과 효과음을 쓰지 않으며 다른 영상자료도 돌리지 않는다는 등의 몇가지 원칙을 정해놓고 프로그램을 이끌었는데 그것은 오롯이 호스트와 게스트의 대화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런 방식에 거부감이나 지루함을 느낀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MBC TV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MC 강호동이 "빅 스타들은 모두 '박중훈쇼'에 출연하니 우리는 포기했다"고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로 이 프로그램의 게스트는 화려했다.

장동건에 이어 정우성, 김태희, 김혜수 등 빅스타들을 볼 수 있었고, 누나를 떠나보내고 실의에 빠져있던 최진영과 프로골퍼 신지애, 천재소년 송유근 등의 '핫 피플', 3당 원내 대표와 3당 여성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한 회에 출연하는 두 명의 게스트 중 연예인 출연자에게만 관심을 보였다.

이 국장은 "사회 전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게스트를 섭외하려했지만 우리의 포맷에서는 연예인이 출연하지 않으면 시청률이 떨어졌다"면서 "그러다보니 연예인 위주로 자꾸 섭외하게 돼 애초의 기획 의도를 잘 살리지 못한 면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