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한국화는 '보고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생각하고 그리는 그림'이라는데 묘미가 있어요. 마음 속으로 들어온 풍경을 붓과 먹,다양한 색채로 엮어내면 자연이 스스로 깨어나죠.요즘 젊은이들은 그 맛을 모르는 것 같아요. 이화여대에서 20여년간 강의했는데 우리 고유의 수묵채색 한국화를 배우려는 학생은 1명밖에 없었거든요. "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16번째 개인전(25일~4월7일)을 갖는 오용길씨(63 ·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화와 서양화는 엄연히 지필묵(紙筆墨)이 다르며 그 맛도 같을 수 없다"며 "젊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한국화의 정체성은 시대가 바뀌어도 계속 지켜야 할 우리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오씨는 전통 수묵담채의 맥을 이어온 중견 작가. 27세 때인 1973년 국전에서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받은 데 이어 선미술상,월전미술상 등을 휩쓸었다.

'봄의 기운'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개나리꽃,국화 등 화사한 봄꽃을 그린 풍경화 27점이 걸린다. 예전보다 훨씬 매끄러워진 붓질로 마음 속에 깃든 봄 풍경을 담백한 수묵채색화로 담아낸 작품들이다.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경쾌한 서정성이 두드러진다. 색채는 더욱 화사해졌다.

그는 과거에 구례 산동,선유도,쌍계사 등을 답사하면서 실제 경치를 그렸지만 최근에는 자연의 단순한 재현에서 벗어나 주관적인 해석으로 재구성한 '마음'을 담아왔다.

"자연이 꿈틀거리는 봄이 좋잖아요. 먹으로 에너지를 쏟아 풍경의 골격을 그린 뒤 색을 입힙니다. 수채화 같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붓의 선이 다르죠.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에는 관람객들에게 차분히 그림보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전시회를 준비했습니다. "(02)733-587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