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다 그렇듯이 똑같은 망에 속해 있어.전 세계의 컴퓨터들이 연결되어 있지."

인터넷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말은 SF의 거장이자 미래학자였던 아서 C 클라크(1917~2008년)가 1965년 발표한 단편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전화>의 일부다. 이 소설을 보고 영감을 얻은 팀 버너스 리는 1989년 월드와이드 웹(www)을 창시했다. SF가 약 20년 후에 현실이 된 셈이다.

이외에도 클라크는 세계 최초 정지궤도용 통신위성이 발사되기 18년 전에 정지궤도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는 등 놀라운 예측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영국 왕립 천문학회나 우주비행학회 등 여러 조직의 임원을 역임했으며,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SF 소설가인 아이작 아시모프가 "그 누구도 클라크처럼 통찰력 있게 미래를 볼 수 없었다"고 찬사를 보낼 정도였다. 그의 업적을 반영하듯 우주의 한 소행성에 그의 이름이 부여됐으며,2001년 발사된 우주탐사선은 그의 작품에서 이름을 따 '오디세이 호'로 불렸다. 일반인들에게는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딥 임팩트'의 원작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클라크 서거 1주기를 맞아 그의 모든 단편 104편을 수록한 단편 전집이 출간됐다. 이번에 출간된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고호관 옮김,황금가지)은 총 4권.1953~1999년 집필된 65편이 두 권으로 묶여 먼저 나왔다. 1937~1953년작을 모은 나머지 2권은 오는 10월께 출간될 예정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