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은 땅바닥부터 조금씩 피어오른다. 겨우내 쌓인 낙엽 사이로 작은 새싹들이 푸릇하게 돋아 나오고 갖가지 들꽃이 피어오른다. 고개를 들어보면 메마른 나뭇가지에 어느새 새순이 자리잡고 있다. 3월 중순 이른 봄,길 하나를 사이에 둔 서울 강동구 길동 생태공원과 일자산 허브천문공원은 언뜻 황량해 보였지만 곳곳에서 봄이 움트고 있었다. 세심한 관찰력이 있다면 아직 남은 겨울 기운을 몰아내고 봄이 우리 주변을 점령해간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길동 생태공원

1999년 개원한 길동 생태공원은 서울에서 식물과 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하루 입장객을 200명 이하로 제한하기 때문에 호젓하게 식물과 곤충 동물 어류 등을 보고 싶은 나들이객,특히 자녀에게 체험학습을 시키고 싶은 가족들에게 좋다.

공원에 들어서니 간간이 울음소리를 내면서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나뭇가지를 오가는 새들이 보였다. 낙엽을 헤치고 흙 위로 어린 새싹들이 돋아나 자기네들의 영토를 조금씩 넓혀나가는 데 한창이었고 들꽃들도 풀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산수유와 매화는 제법 노랗고 하얗다. 산수유와 매화에 비하면 앙상해 보이긴 했지만,다른 나무들에도 봉오리가 맺혀 있었다. 그 주변을 배추흰나비 한 마리가 맴돌았다.

공원은 습지지구,저수지 지구,농촌지구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생물들을 관찰하기 쉽도록 관찰대가 설치돼 있어 아이들에게도 안전해 보인다.

습지에서는 경칩에 봄을 알려주는 생물 개구리와 올챙이를 관찰할 수 있다. 몸을 숙여 습지를 내려다 보니 물에 떠 있는 개구리 알을 뚫고 나온 새끼손톱 끝만한 올챙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저수지에는 흰뺨검둥오리 등 조류가 있으며,농촌지구에서는 가옥과 밭이 조성돼 있다. 운이 좋으면 공원 곳곳에 살고 있는 고라니나 족제비,너구리,다람쥐 같은 동물을 만날 수도 있다.

공원을 둘러보는 방법은 두 가지다. 프로그램 참여 없이 자유롭게 둘러보는 '스스로 관찰'을 택하면 약 1시간 남짓 걸린다.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에는 2시간 정도 걸린다. 생태학교나 관찰 · 체험교실 등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 많다.

공원을 이용하려면 인터넷(parks.seoul.go.kr)에서 사전 예약을 해야 하며,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월요일에는 쉰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일자산 허브천문공원

일자산 기슭에 자리잡은 허브천문공원은 서울에서 입장료 없이 24시간 허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공원은 봄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로즈마리 등 허브를 공원에 식재하고,겨울 추위를 막기 위해 허브 위로 둘러쳤던 비닐하우스도 철거했다. 누렇게 말라붙은 듯한 허브 아래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연두색 잎이 솟아나오고 있었다. 겨우내 움츠렸다 살아남은 뿌리에서 새생명이 시작된다. 다음 달 식재가 끝나고 일자산에 벚꽃까지 피면 봄의 절정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공원 내 작은 온실에 들어서는 순간 정신적 피로를 풀어주고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해소해 준다는 자스민 향이 강하게 후각을 자극했다. 로즈마리,라벤더,캐모마일 등 우리에게 익숙한 허브 및 티트리처럼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허브도 눈에 들어온다. 구석에서는 허브 모종들이 어서 날이 풀려 야외 식재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온실은 3월까지 오전 9시~오후 5시 개방되며,4월부터는 오전 9시~오후 6시 열린다.

화사한 꽃도 싱싱한 푸른 잎도 좋지만 허브의 진정한 매력은 특유의 향이다. 공원 관리를 담당하는 김배식 강동구청 푸른도시과 주임은 "허브 잎사귀 뒷면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만져보라"고 귀띔했다. 그랬더니 지문 사이로 허브향이 스며들었다. 어린 잎사귀일수록 향이 강하게 배어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허브가 좋은 향기를 품고 있는 건 아니며,맨소래담 같은 냄새가 나는 허브도 있다.

저녁이 되면 공원 바닥에 설치된 조명에 불이 들어온다. 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북두칠성 등 별자리 형태를 이루고 있는데,이는 3원 28수라는 우리식 별자리라고 한다. 여러 체험 행사도 열리니 강동구청 푸른도시과(02-480-1395)나 인터넷 카페(cafe.daum.net/herbparks)를 참고하면 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길동생태공원 허브천문공원 '봄맞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지하철 5호선 강동역(4번 출구)이나 천호역(6번 출구)에서 내려 버스(300,341,361,370,9301,30-2,30-3,112,112-1,112-5,1113-1)로 갈아타고 길동생태공원역에서 내리면 된다. 지하철 2호선 잠실역(7번 출구)에서 30-3번 버스,2호선 강변역(1번 출구)에서 112,112-1번 버스를 타도 된다. 승용차로는 천호대로 길동사거리에서 하남시 방향으로 1.5㎞ 혹은 상일 I·C에서 천호대로 길동사거리 방향으로 2㎞ 정도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