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사람들은 "이제 한국 공연의 해외 진출 자체만으로 화제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전에는 우리 손으로 만든 작품을 해외에서 보여주는 것만으로 만족했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이익을 거둬야 한다는 뜻이다.

한경아 쇼앤아츠 대표(38)는 국내 공연을 수출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선두주자'로 평가된다.

그는 2007년 10월 창작공연의 해외 마케팅과 홍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 '쇼앤아츠'를 설립,비언어 퍼포먼스인 '점프'의 해외 진출을 총괄해왔다.

그의 노력으로 '점프'는 올해 영국을 비롯 중국,대만,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홍콩에서의 투어가 확정된 상태다.

또 다른 비언어 퍼포먼스인 '브레이크 아웃'의 해외 마케팅도 담당,지난해 10월 뉴욕 공연에서 투자 비용을 6억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줄이기도 했다. '브레이크 아웃'의 경우 지난 2월 싱가포르에 있는 2000석 규모의 에스플러네이드 극장 공연에서 5회 티켓이 매진됐다.

한 대표가 이렇게 해외에 성공적으로 작품들을 진출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해외 유명 축제 운영위원회와 교류를 통해 쌓은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이다.

"이메일이라도 한번 교류했던 사람과는 절대 연락의 끈을 놓지 않았어요. 쇼앤아츠가 담당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그들에게 한국 공연계에 관한 정보를 끊임없이 알려줬습니다. "

세계 각국에서 수백개의 공연이 모여드는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점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페스티벌 운영위원회 사람들과의 인맥 덕분이다.

다른 공연 관계자들이 관객을 상대로 홍보를 할 때 한 대표는 운영위원회를 공략했다. 매일 찾아가서 식사를 함께 했고 운영위원회의 모든 사람에게 작품을 공짜로 보여줬다.

"그 때 전략이 제대로 먹혔어요. 해외 프로모터들이 어떤 공연이 좋은지 운영위원회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가장 익숙한 우리 공연을 추천할 수밖에 없는 거죠."

2005년 영국 에딘버러 축제에서 호평을 받은 뒤로 '점프'와 '브레이크 아웃'은 2007년 80억원을 벌어들였고,지난해에는 이보다 두 배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국내 공연이 해외에 진출할 때마다 현지 에이전시에게 홍보와 마케팅을 아웃소싱하지 않은 것도 인맥 쌓기의 원동력이 됐다.

"아웃소싱을 통해 뉴욕에 공연을 올렸다고 해서 다음 번에 또 올릴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어요. 인맥에 관련된 정보들이 축적되지 않거든요. 하지만 어렵게 한번 뚫어놓은 인맥은 해외 공연에 있어 귀중한 자산이 됩니다. "

한 대표의 다음 목표는 자신이 몸 담았던 '점프'와 '브레이크 아웃' 외에 새로운 공연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이다.

해외 진출을 원하는 공연 제작사들과 '파트너십'을 구성해 공동 투자 형식으로 일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국내에 있는 현대인형극회의 작품을 갖고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인형극은 캐릭터 산업으로도 발전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잠재력이 엄청나죠.한국 공연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처럼 공연 외의 분야에서 수입을 더 많이 올릴 때가 됐다고 봅니다. "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