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국면이 길어지면 위기가 아니라는 속설이 있다. 위기가 회자된 것이 겨우 반년 남짓인데,언론들은 벌써부터 희망의 뉴스라도 되는 양 위기가 언제 끝날 것인가를 때마다 전한다.

하지만 상황은 위기가 옷자락을 살짝 들어 그 발끝을 보여준 데 불과하다. 아직은 위기를 더 말하고 해법을 더 고민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폭주하는 세계화에서 금융위기의 본질을 천착한 책 두 권이 번역돼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의 《금융공황의 시대》(2008년 초판)는 자신을 포함한 세계화론자가 '외눈박이'였음을 실토하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계화의 혜택만 좇았을 뿐 '위기의 세계화'도 수반한다는 사실은 애써 눈감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위기의 책임소재를 두고 발원지인 미국보다 전 세계,특히 신흥경제국에 근원적인 책임을 돌린 점은 이채롭다.

신흥경제국들은 자체적으로 과잉유동성을 해소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이것을 선진국,특히 미국이 적자를 감수하며 대신 흡수해줌으로써 글로벌 불균형이 심화됐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만 흡수해온 과잉유동성을 일본 유럽연합 등도 거들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한다.

《세계화의 덫》으로 잘 알려진 독일 언론인 하랄트 슈만의 《글로벌 카운트다운》(2008년 초판)은 세계화의 폭주현상보다 세계화의 역사성에 더 주목한다. 세계화는 20세기 초에도 있었던 현상임을 지적하고,100년 전과 오버랩시키면서 이번 세계화의 미래를 얘기한다.

개별국가와 글로벌화의 갈등으로 요약되는 세계화는 설익은 추진과 대응 때문에 또다시 자멸로 귀결될 무역전쟁과 자원전쟁의 '카운트다운'의 단추를 눌렀다. 단기이익에 몰린 금융산업은 장기적인 혼란을 부추기고 있으며,이런 무정부상태가 각국의 금권정치로 인해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고발한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