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은 매우 풍요롭습니다. 영어 일본어 독일어 등으로 번역된 한국의 시나 단편소설,문학 계간지 등을 읽으면서 늘 이런 느낌을 받지요. 특히 고은 시인의 《만인보》는 매우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라르스 바리외 주한 스웨덴 대사(62)는 한국에 부임한 날부터 한국 문학 모임 창립을 구상했다. 스웨덴에서 여러 편의 시를 발표한 '시인 외교관'으로 틈나는 대로 글을 쓸 만큼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데다,'문학을 통해 한국을 잘 알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노력으로 한국 문학에 관심이 있는 주한 외국 대사들과 국내외 문학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모임인 서울문학회(Seoul Literary Society)가 2006년 12월 첫 모임을 열게 됐고,그는 초대 회장을 맡아 2년여 동안 활동해왔다.

12일 서울 중구 스웨덴 대사관에서 만난 바리외 대사는 "서울문학회를 만들기 위해 주한 외국대사 전원에게 참여 의향을 묻는 편지를 보냈는데,100통이 넘는 편지에 하나하나 서명하느라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면서 "문학은 한 국가의 영혼"이라고 말했다.

바리외 대사가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본에서 체류했던 1970년대부터다. 당시 일본어로 작품활동을 한 고 손호연 시인의 작품을 접했고 유미리씨의 소설을 즐겨 읽었다.

또 김지하 시인의 작품 2편을 스웨덴어로 번역해 스웨덴 대학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하기도 했다. 그때 한국도 처음 방문했다. 이렇게 시작된 관심이 서울문학회 창립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쪼개어 서울문학회 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해 왔다. 한국 문학을 잘 이해해 해외에 알리고 좋은 외국 문학을 한국에 소개하자는 취지에서 발족한 서울문학회는 그동안 2개월에 한 번꼴로 고은,박완서,이문열,황석영 등 문인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는 자리를 마련해 왔다. 회원 수는 80명 가까이 되며 모임 때마다 회원들이 초대한 손님을 합쳐 20~40명이 참여한다. 알레한드로 보르다 콜롬비아 대사,야로슬라브 올샤 체코 대사,마시모 안드레아 레제리 이탈리아 대사,데니즈 오즈멘 터키 대사 등이 열성 회원으로 꼽힌다.

초기에는 20~30명이 흥미를 느끼는 정도였으나 이제 모임 일정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거의 3~4배로 늘어났다.

"서울문학회 모임에서 사람들은 한국의 문인들이 작품을 어떻게 집필하고,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듣고 싶어해요. 한국의 전반적 상황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하고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모임을 열며 한국 문학을 알아간다는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바리외 대사는 "직접적으로 역사를 다루지 않더라도 한국의 역사가 드리워져 있고 한국의 전통이 드러나는 작품,그리고 해외 문학의 영향을 받은 젊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일은 늘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 작가에 비해 가능성이 높지도 낮지도 않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바리외 대사는 한국 문학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번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 번역 · 출간되지 못한 한국 문학 작품이 많습니다. 일단 뛰어난 번역가 확보가 급선무입니다. 해외에서 공부한 한국인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지만,한국 정부가 장학생 혜택을 주며 외국인들을 한국에서 공부하게 해 원어민 번역가로 키우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이들 중 일부라도 한국 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인력이 된다면 큰 성과 아닐까요?"

그는 "다음달 초에 회장직을 알레한드로 보르다 콜롬비아 대사에게 물려주겠지만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계속 서울문학회에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고운 기자/임대철 인턴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