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한 젊은 현대미술가 13명의 개성적 작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 관훈동 노화랑의 봄 기획전 '미래의 작가13-일상을 넘다'전이다.

11일 개막되는 이 전시회에는 회화와 조각 · 사진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 30여점이 출품된다.

참가 작가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권오상,김덕기,노세환,박성민,박지혜,안성하,윤병락,이강욱,이동재,이호련,이환권,정연두,정지현씨 등으로 대부분 30대다.

이들의 다양한 미학적 스펙트럼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수백장의 사진을 조각조각 이어붙인'사진조각'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해온 권오상씨는 삶의 한 순간을 포착해 입체화한 재기발랄함과 표현력이 돋보인 작품을 내놓는다.

상처받기 쉬운 젊은이들의 감성을 묘사한 '텐더'는 바람만 불면 휙 날아갈 듯 가벼운 것처럼 보이지만 무게는 2t이 넘는다.

스타 조각가 이환권씨는 착시와 어지러움 현상을 시공간의 속도와 연관시킨 작품을 선보인다.

'속도가 빨라지면 공간이 넓어진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조각 작품에 응용한 작품이다. 근작 '아빠&엄마'는 인체를 상하로 납작하게 누르거나 길게 늘려 '기묘한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이런 착시현상을 회화에 도입한 이호련씨의 '오버랩핑'시리즈는 여성의 치마 속을 훔쳐보는 듯한 애로틱한 분위기를 풍긴다. 2차원적 이미지를 3차원적 입체 공간으로 확장시켜 시간의 의미와 현대인의 관음증을 동시에 투영했다.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정연두씨는 일본 명품 매장의 정교한 무대 세트와 인공조명을 설치하고 배우를 기용해 찍은 '로케이션'시리즈를 출품한다.

개인이 꿈꾸는 미래를 가상으로나마 실현시켜주는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점이지대'를 사진 예술로 형상화한 것이 이채롭다.

이 밖에 도로 · 자동차 · 행인 · 건물 등 대도시의 거리 풍경을 카메라 렌즈로 잡아낸 노세환씨,사탕과 담배를 사진보다 정교하게 그려 국내외에서 입지를 다진 안성하씨,싱그런 식물과 얼음을 병치시킨 작업으로 성가를 굳힌 박성민씨,아크릴로 칠한 화면 위에 흰쌀 · 알약 · 녹두 · 콩알 등으로 유명인을 그린 이동재씨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경제가 어려운 때인 만큼 관람객들이 한국 미술을 이끌어갈 젊은 작가들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한자리에서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31일까지.(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