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이 '반쪽 미술관'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제주도가 오는 7월 개관 예정인 제주시 연동 6600여㎡ 규모의 도립미술관에 이중섭미술관의 소장품 및 유품을 흡수통합해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2002년 문을 연 이중섭미술관을 비롯해 제주현대미술관,기당미술관,소암기념관 등 4곳에 대해 기존의 미술관을 그대로 유지하되 작품과 각종 유물,기획 전시 등을 도립미술관에서 통합관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미술계 일부에서는 이중섭미술관이 지리적 · 역사적 · 예술적 배경에 의해 특화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립미술관에 통합하는 것은 관료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중섭미술관이 있는 서귀포는 천재화가 이 화백이 6 · 25 피난시절 가족과 10개월 정도 머물며 많은 작품을 그린 예술적인 고향인 데다 서귀포시가 미술관 인근에 '이중섭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광수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중섭미술관 명예관장)은 "미술관은 각각 개성과 역사,건립 취지를 지니고 있는 하나의 독립체"라며 "이러한 예술체를 하나로 묶어 관리하겠다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중섭미술관에 소장된 대부분의 작품이 미술애호가들이 기증한 것인데 그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통합관리라는 이름으로 도립미술관으로 작품을 이관하게 되면 미술품 기증의 취지도 무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중섭미술관은 2003년과 2004년 가나아트갤러리와 갤러리현대로부터 기증받은 이 화백의 유화 9점을 비롯해 판화,유품,각종 사진자료,근현대 작가 작품 등 138점을 소장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은 7만1174명으로 2007년 대비 17.41% 늘었다. 이중섭 화백의 작품을 토대로 만든 로고 상품의 작년 판매 수익도 1억원에 육박하는 등 서귀포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은 "이중섭미술관은 이 화백이 서귀포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한 곳임을 기리기 위해 미술계 인사들이 주축이 돼 건립한 것"이라며 "외국의 경우 피카소미술관처럼 인기 작가의 이름을 빌린 별도의 미술관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데 우리는 '있는 것'도 지키지 않고 통합하려 해 특성을 죽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 도립미술관 개관준비팀의 한 관계자는 "통합한다고 해서 도립미술관이 해당 미술관을 완전히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그냥 둔 채 전시교류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제주시 연동 '신비의 도로' 인근 도유지 3만6000여㎡에 자리잡은 제주도립미술관은 건축 연면적 6600㎡로 지상 2층,지하 1층 규모로 지난 1월 준공됐다.

도립미술관 전시영역은 기획전시실 1334㎡,장리석기념관 215㎡,시민갤러리 115㎡,상설전시실 629㎡ 등으로 짜여있다. 도립미술관의 초대 미술관장도 미술 전문가가 아닌 행정 공무원이 임용될 예정이어서 이에 대한 논란도 일 전망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