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제2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아시아지역 예선 1라운드 한국과 대만전.

양팀의 선발투수는 모두 20대 초반의 ‘영건’이었다. 대만의 리전창은 1986년10월생으로 만 23세, 류현진은 1987년3월생으로 겨우 5개월 어린 만 22살.

두 선수 모두 양국의 대표적 투수지만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법. 베테랑에 비해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류현진의 출발은 불안했다. 1회초 첫 타자 린저슈엔을 상대로 6개의 공을 던지며 볼넷을 허용했다.

선취점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대만 벤치는 2번 타자 장즈시엔에게 번트 사인을 냈다. 그러나 배트에 맞은 공은 공중에 붕 떠, 류현진의 글러브로 빨려 들었다. 미리 스타트를 끊었던 1루 주자마저 횡사했다.

순식간에 투 아웃. 잠깐 불안했던 류현진의 투구는 어느새 안정감을 찾았고 다시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3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만 맞는 호투를 펼쳤다.

공수가 바뀌어 1회말에 마운드에 오른 대만의 리전창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한국 벤치는 서두르지 않았다. 2번 타자 정근우는 침착하게 공을 기다렸고 결국 데드볼을 얻어 냈다. ‘병살 번트’로 찬물을 끼얹은 대만의 2번 타자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것으로 이날의 경기는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평상심을 잃은 리전창은 3번 타자 김현수에게 포볼을 허용했고 4번 김태균에게는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6번 타자 추신수의 포볼로 만들어진 만루상황에서 7번 이진영의 만루홈런까지 터졌다. 대만 2번 타자의 배트 윗부분에 맞은 공 하나가 이날 승부를 싱겁게 만든 셈이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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