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 독단적인 스타일로 주교단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영국 선데이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올해 81세인 교황은 전임 요한 바오로 2세에 비해 훨씬 적은 외부 인사들을 접견하고, 혼자 식사 할 때가 많고, 언론 보도를 챙겨보지 않으며, 오후에는 연설문을 쓰고 신학책을 읽으며 서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판가들은 가톨릭 교회와 12억 가톨릭 교도를 이끄는 교황이 충성파와 무능한 보좌관들에게만 의지한 채 교황청 밖 세계로부터 차단된 군주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선데이 타임스는 전했다.

교황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람들이 방향 감각을 잃은 느낌"이라며 "전통주의자와 개혁론자 모두 가톨릭을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존재한다는 인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교황청이 저지른 일련의 실책들은 은둔하는 제왕 같은 교황의 일상 생활과도 관련이 있다는 게 비판가들의 주장이다.

교황청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부인한 영국의 극보수주의 성직자 리처드 윌리엄슨 주교를 복권시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갈등을 빚었다.

윌리엄슨 주교는 홀로코스트 발언으로 결국 아르헨티나 정부로부터 추방령을 받아 가톨릭 성직자단을 당혹스럽게 했다.

교황은 또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낙태, 매춘, 동성애로 물든 죄 많은 도시에 대한 신의 징벌이라고 말한 오스트리아의 게르하르트 마리아 바그너 신부를 린츠의 보좌주교로 임명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유대인 관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발터 카스퍼 독일 추기경은 "교황청 내에 이해 부족과 관리 실책이 있다"며 교황을 비판했다.

최근 교황청의 실책에 흥분해 모인 오스트리아 주교단은 교황청이 과거 실책으로부터 배우고, 주교 임명의 규칙을 존중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신중하고 예민하게 행동해줄 것을 촉구했다.

바티칸 전문가인 마르코 폴리티는 "교황은 주교들과 협의하지 않고, 실수를 막을 수 있는 조언들을 무시함으로써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며 "교황은 여론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고, 비판이나 방문객으로 교황을 괴롭혀서는 안된다는 게 주변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