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화사한 야생화 그림전이 마련됐다. 서울 소격동 빛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박방영씨(대불대 교수 · 52)의 개인전.박씨는 1980년대 사회 문제를 다루는 그룹 '난지도'를 통해 실험적인 설치 작업을 선보이다가 뉴욕 유학 후 동양적인 회화의 세계로 방향을 틀어 꽃과 가족,자연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 온 작가다.

다음 달 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꽃이 피는 소리를 듣다'.섬마을 갯가에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 군락,자연 속에서 군무를 추는 사람들,바다를 배경으로 하늘거리는 꽃 등 봄 내음이 물씬 풍기는 작품 30여점을 걸었다. 전통 한지 위에 화려한 원색의 꽃 그림을 시도해 온 작가의 그림에서는 원시적인 생동감과 동양적 정취가 뿜어져 나온다. 어린 시절 익힌 붓글씨 솜씨를 발휘해 그림 곳곳에 써 놓은 개성 있는 한자들도 매력적이다.

'즐거운 기운이 곳곳에 가득하다(喜氣處處滿)' 등 한시 구절을 연상시키는 표제가 붙은 작품은 달맞이꽃,벌노랭이,코스모스,구절초,금잔화 등 다양한 들꽃을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또 '꽃이 피는 소리'는 꿈틀거리는 듯한 꽃과 풀 내음을 화면에 담아 냈다. 야생화들이 살아 움직이는 동물처럼 느껴진다.

박씨는 "경제 · 사회적으로 어렵다는 시절에 생동하는 기운과 향기를 퍼뜨리고 싶었다"며 "작품을 감상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화합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02)720-225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