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인간'의 소설가 손창섭(87) 씨가 일본 도쿄 근교의 한 노인전문병원에서 투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손씨의 '인간교실'을 출간한 예옥 출판사측은 19일 "최근 인세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저작권을 위임, 관리하고 있는 정철진 '종이나라' 고문이 손씨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부인으로부터 편찮으시다는 답장을 받았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전후(戰後) 1세대 작가인 손씨는 1973년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 부인과 단둘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그동안 구체적인 근황이 확인되지 않았다.

출판계에 종사하며 손씨와 인연을 맺었던 정 고문은 손씨가 일본으로 떠난 이후 국내 저작권을 위임받아 관리하며 인세를 전달해 왔다.

1922년 평양에서 태어난 손씨는 1952년 '문예'지에 단편 '공휴일'을 발표하며 등단한 후 1950-1960년대 '비오는 날', '혈서', '미해결의 장', '잉여인간', '신의 희작', '인간교실', '부부'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1973년 도일 이후에도 한국일보에 '유맹'과 '봉술랑'을 연재하기도 했으며 1988년 동인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몇 차례 짧게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평론가 강진호 씨는 최근 출간된 '근대문학 100년 연구총서'(소명출판 펴냄)에 수록된 손창섭 약전에서 "일본에서 손창섭은 한때 공원이나 거리에서 성경이나 불경, 기타 세계의 여러 경전에서 좋은 구절들을 뽑아 인쇄한 뒤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했다고 한다.

2008년 현재도 손창섭은 도쿄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인 근황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