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는 변해야 사는 운명…세계 무대가 있어 다행입니다"
뉴욕의 메이저 화랑 로봇밀러갤러리 전속작가인 전씨는 삼각형 크기의 스티로폼을 고서(古書) 한지로 싼 후 이를 캔버스에 일일이 붙이거나 대형 설치및 평면 작업을 하는 중견 작가.
작가로서 전씨의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사업가인 아버지는 '환쟁이'가 되려는 그를 도외시했고,홍익대 졸업 후 미국 필라델피아 대학원에 유학했지만 40대 초반까지 국내 화단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한약봉지에 착안해 시도한 작품 '빛''집합'시리즈가 1995년 LA 국제전시회,1997년 시카고 아트 페어,2005년 바젤아트페어 등 국제시에서 잇달아 매진되면서 한국적이면서도 조형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얻었다.
그는 "이번 전시에 신작 '집합-블루'시리즈를 포함해 150~300호 크기 평면 및 조각 작품 31점이 전시된다"며 "제작비만 3억원이 넘었다"고 털어놨다.
대표적인 출품작 '집합 06-MY020'은 제작하는 데만 약 2년 정도 걸린 4m 크기의 대작이다. 첨단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소외 현상을 치유하기 위해 정(情)을 일깨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의 성공 제1 조건은 관람객의 눈을 끌 수 있는 창의적인 조형성입니다. 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한지 오브제 작업이라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동양적 정서와 서양적 조형논리를 동시에 소화해 낸 것이 미국 로봇밀러 갤러리의 눈에 띈 것이지요. "
전씨는 국내 작가로는 가장 적극적으로 세계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 뉴욕 로봇밀러 개인전과 미국코넥티컷주 얼드리치 현대미술관(5월 말까지) · 모리아트센터 초대전(3월15일까지)에 이어 6월에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란다우 갤러리,8월 싱가포르 타일러센터,9월 러시아 모스크바 비엔날레,12월 미국 와이오밍대 부설 미술관 전시를 가졌으며 2010년에는 베이징 국립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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