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존재 이유는 꾸준히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봐요. 10~20년 똑같은 작품만 하는 작가는 도태되기 쉽죠.늘 진화를 꿈꾸어야 창조성과 독자성이 생겨나고 5년이 아닌 50년의 인기 작가가 되겠지요. "일본 도쿄 롯본기 힐즈 모리타워 52층 모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전광영씨는 "끊임없는 모색과 시도로 국제적인 작가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늘 스스로에게 '나는 무엇인가,내 작업의 화두는 어디서 찾아야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세계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의 메이저 화랑 로봇밀러갤러리 전속작가인 전씨는 삼각형 크기의 스티로폼을 고서(古書) 한지로 싼 후 이를 캔버스에 일일이 붙이거나 대형 설치및 평면 작업을 하는 중견 작가.

작가로서 전씨의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사업가인 아버지는 '환쟁이'가 되려는 그를 도외시했고,홍익대 졸업 후 미국 필라델피아 대학원에 유학했지만 40대 초반까지 국내 화단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한약봉지에 착안해 시도한 작품 '빛''집합'시리즈가 1995년 LA 국제전시회,1997년 시카고 아트 페어,2005년 바젤아트페어 등 국제시에서 잇달아 매진되면서 한국적이면서도 조형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얻었다.

그는 "이번 전시에 신작 '집합-블루'시리즈를 포함해 150~300호 크기 평면 및 조각 작품 31점이 전시된다"며 "제작비만 3억원이 넘었다"고 털어놨다.

대표적인 출품작 '집합 06-MY020'은 제작하는 데만 약 2년 정도 걸린 4m 크기의 대작이다. 첨단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소외 현상을 치유하기 위해 정(情)을 일깨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의 성공 제1 조건은 관람객의 눈을 끌 수 있는 창의적인 조형성입니다. 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한지 오브제 작업이라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동양적 정서와 서양적 조형논리를 동시에 소화해 낸 것이 미국 로봇밀러 갤러리의 눈에 띈 것이지요. "

전씨는 국내 작가로는 가장 적극적으로 세계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 뉴욕 로봇밀러 개인전과 미국코넥티컷주 얼드리치 현대미술관(5월 말까지) · 모리아트센터 초대전(3월15일까지)에 이어 6월에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란다우 갤러리,8월 싱가포르 타일러센터,9월 러시아 모스크바 비엔날레,12월 미국 와이오밍대 부설 미술관 전시를 가졌으며 2010년에는 베이징 국립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