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축소속 공격적 발상으로 스케일 키워

경기 불황으로 드라마 편수가 줄어들고 제작비도 삭감되고 있다.

여기저기 돈 가뭄에 아우성이다.

광고 시장 위축으로 협찬도 어려워졌고 투자를 받기도 힘들어졌다.

그런 와중에 오히려 공격적인 발상으로 볼거리를 강화하고 스케일을 키우는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은 "어렵다고 모두가 연속극을 만들고 있으면 한류는 사라진다"며 "한류 재점화를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공격적 발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태양의 서커스'부터 日 아키타현까지
6월 방송 예정인 지성, 성유리 주연의 SBS TV '태양을 삼켜라'(극본 최완규, 연출 유철용)는 세계적인 서커스 공연 '태양의 서커스'를 드라마에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유철용 PD는 "지난해 수개월간 여러 루트를 통해 설득한 끝에 마침내 '태양의 서커스'를 드라마에 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촬영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태양을 삼켜라'에 등장할 공연은 '태양의 서커스'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상설 공연장에만 오르는 카(KA)공연과 오(O) 공연. 규모와 예술성에서 '태양의 서커스'가 펼치는 공연 중 최고로 평가받는다.

처음에는 협조를 거절하며 요지부동이던 '태양의 서커스' 측을 제작진은 한류 드라마의 가능성과 영향력으로 설득했다.

결국 아시아의 잠재 관객수를 높이 평가한 '태양의 서커스' 측은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할 '태양을 삼켜라'를 타고 '태양의 서커스'를 홍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커스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태양의 서커스'는 극중 성유리가 관계하는 공연으로 등장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9월 방송 예정인 이병헌ㆍ김태희 주연의 '아이리스'(극본 에이스토리, 연출 김규태ㆍ양윤호)는 일본 아키타현과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다.

제작사 태원프로덕션의 정태원 대표는 "아키타현으로부터는 현물지원을 받고, 서울시로부터는 세트와 현금 지원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키타현과 서울시는 드라마의 주요 무대로 설정되며 이들은 한류 스타가 주연한 첩보액션드라마 '아이리스'에 노출되면 관광객 유치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아키타현은 '아이리스' 덕분에 2억 엔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대표는 "특히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 인근에 '아이리스' 세트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 관광객들의 접근이 편하고 서울과 가까워 관리도 쉬운 곳에 세트장을 지어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18일 첫선을 보이는 소지섭ㆍ신현준 주연의 SBS TV '카인과 아벨'은 청주시가 도비 지원액을 포함해 5억 원의 제작비와 촬영에 필요한 행정 지원을 했다.

극중 주인공인 한지민이 청주를 배경으로 촬영해 20회 분량의 드라마 가운데 8회분 이상을 방영하는 조건이다.

제작사 플랜비픽쳐스 측은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자체로부터 5억 원을 지원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청주시는 한류스타 소지섭으로 인한 관광객 유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꽃보다 남자'는 뉴칼레도니아와 마카오의 협찬을 받아 두 곳을 극중 무대로 활용하며 이국적인 볼거리를 제공했다.

◇한류 재점화 위해 볼거리, 스케일 강화
'태양을 삼켜라'의 유철용 PD는 "경제 불황이라고 제작비를 아끼라지만 아낄 때는 아끼고 투자할 때는 과감히 투자해야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막장 논란을 벗어나지 못하는 값싼 연속극만 난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PD는 "어려운 시기에 해외에 나가 촬영한다는 비난도 있는데 철저한 준비와 기획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면 된다"면서 "어렵다고 모두가 세트장에서만 촬영한다면 드라마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다양한 내용과 볼거리로 무장해야한다"고 말했다.

130억 원 규모의 '태양을 삼켜라'는 미국과 아프리카 촬영을 예정하고 있으며, 200억 원 규모의 '아이리스'는 일본, 터키, 러시아 촬영을 준비 중이다.

'아이리스'의 정태원 대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영화 같은 드라마를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어려운 시기이지만 제대로 된 기획에 과감히 투자해 꺼져가는 한류를 살리고 시장을 넓히려고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중국 촬영을 진행한 '카인과 아벨'은 이미 일본 덴츠사에 20억 원에 수출된 상태다.

전체 제작비 75억 원의 4분의1 이 넘는 금액이다.

'카인과 아벨' 측은 "남들은 어렵다고 하지만 한류스타 소지섭이 있기에 투자나 PPL 등에 있어 별반 어려움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류스타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