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한국은 경쟁부문에 초청받지 못했으나 한국 영화에 대한 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제에 온 한국의 영화 관계자들은 10일 한국 영화가 그동안 활발한 작품활동과 높은 예술성을 바탕으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인지 이번에도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면서 한국, 그리고 한국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도 뜨거웠다고 말했다.

dpa 통신과 일간 타게스슈피겔 등 독일 언론들도 한국 영화산업 금융위기와 스크린쿼터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번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작품을 내지 못했으나 독립.예술 영화들이 포럼 등 비경쟁 부문에 대거 출품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dpa 통신은 "한국 영화가 경쟁부문에 한 편도 참가하지 않은 것은 충격"이라면서 관객과 영화제작 예산의 감소, 이에 따른 영화업계의 인원 감축 등을 전했다.

타게스슈피겔도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된 한국 영화들을 일일이 소개한 뒤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이었던 한국의 영화산업이 경제위기와 스크린쿼터 등의 영향으로 바닥까지 추락했다"면서 "이 때문에 이번에 출품된 영화들도 대부분 저예산 영화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영화 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영화제 기간에 발행하는 일일 소식지 '베를린 데일리'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특집 기사를 게재하고 침체에 맞서 디지털배급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하는 한편 한국 영화감독의 산실인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소개했다.

한국은 이번 영화제에서 경쟁부문에는 초청받지 못했으나 포럼 섹션에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 노경태 감독의 '허수아비들의 땅', 재미교포 김소영 감독의 '나무없는 산', 백승빈 감독의 '장례식의 멤버', 이숙경 감독의 '어떤 개인날' 등 5편이, 청소년 영화 부문인 '제너레이션 14플러스'(Generation 14PLUS) 섹션에 정지연 감독의 단편 '봄에 피어나다'가 초청되는 등 많은 작품을 출품했다.

이중 '장례식의 멤버'와 '어떤 개인 날'은 '최우수 데뷔작 상'(Best First Feature Award) 후보작에 올라 다른 23편의 작품들과 함께 5만 유로(약 9천만원)의 상금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이밖에 청소년 영화 부문인 '제너레이션 14플러스'(Generation 14PLUS) 섹션에 정지연 감독의 단편 '봄에 피어나다', '컬리너리 시네마'(부엌 영화) 섹션에 민규동 감독의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가 초청됐다.

'어떤 개인 날'의 이숙경 감독은 "힘들면서도 엄살도 부리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면서 "사실 재밌는 영화는 아닌데도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나 비슷한 것인지 상영 후 관객들과 질의응답을 해봤더니 영화를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같다"고 밝혔다.

'장례식의 멤버'의 백승빈 감독은 "외국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한국의 가족과 사회, 국가를 이해하려 한다"면서 "가족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소통하지 못하는지, 또 가족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이번 영화가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통해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같다"고 말했다.

'나무없는 산'의 김소영 감독은 "나의 어린 시절과 고향과 관한 얘기이지만 동시에 세계 모든 사람들의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서 반응이 좋아 홍콩, 아르헨티나, 호주, 멕시코 등 각국의 영화제가 이 영화를 초청했다고 전했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