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에게 항상 보호받을 수 있고 따뜻하면서도 조화로운 완성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가 있다면 바로 '가족'입니다. 가족은 시공간을 초월하지요.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일수록 가족은 새로운 문화적 아이콘이 되어 등장하기도 하구요. "

지난 10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시작한 서양화가 황영성씨(68)는 "기축년 황소처럼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가족들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씨는 오지호 임직순 화백의 뒤를 이어 조선대 부총장을 지내는 등 광주화단에서 후진 양성에 앞장서 온 중견.화업 40여년 동안 황소 등 12간지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간소화해 사방연속 무늬처럼 배치하는 평면회화로 가족의 애환을 그려왔다.

2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도 '소와 가족'.소를 의인화해 우리 시대 가족의 삶을 그린 작품 50여점을 내걸었다.

초가집과 농부,일가 친척 등 목가적이고 향토적인 소재들이 많고 색채도 1980~1990년대 초기 작품보다 한층 밝아지고 다양해졌다.

1990년대 미국 인디언루트를 여행하면서 느낀 몽골리안의 문화적 감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웃는 소,화장한 소,아버지 소,처녀 소,총각 소 같은 작품에는 담백한 채색과 진솔한 감정 등 순수한 가족의 이미지가 따뜻하게 녹아있다. 실리콘이나 유리알루미늄을 사용한 실험적인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가족은 이성적으로 깨닫고 감성적으로는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인간 사랑의 최소 단위이지요. 그림을 보고 관람객들이 감정적인 차분함과 만족감을 얻어간다면 제 역할을 다한 것입니다. "

황씨의 해외 전시도 줄을 잇고 있다. 2007년 3월 이탈리아 피렌체 바그니이 갤러리 등에서 초대전을 가진 데 이어 올 9월에는 나폴리의 그림스티뮤지엄,10~11월에는 대만의 메이저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02)734-611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