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암 수술을 받고 집필을 중단했던 소설가 최인호(64) 씨가 7개월 만에 소설 연재를 재개했다.

최씨는 9일 출간되는 월간 '샘터' 3월호에 연작소설 '가족' 제395회 '새봄의 휘파람'을 발표한다.

'가족'은 최씨가 1975년부터 연재하고 있는 국내 최장수 연재소설로, 최씨는 자신의 가족사를 바탕으로 매호 진솔하고 소박한 주변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 글에서 최씨는 "수술 후 약물과 방사선으로 그 무더운 더위를 어떻게 견뎌내었을까 했을 정도로 병치레를 하였고 아직까지도 완전하지 못해 하루하루 환자 노릇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먼저 안부를 전했다.

이어 그는 "나는 병원에서 환자복으로 갈아입는 순간부터 병을 받아들이고 온몸으로 환자로 살겠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며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오직 죽음일 뿐. 병은 죽음으로 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당시의 의연했던 마음가짐을 회고했다.

그는 또 방사선 통원치료를 받을 당시 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받았던 느낌도 전했다.

"아아, 나는 글쟁이로서 지금까지 뭔가 아는 척 떠들고 글을 쓰고 도통한 척 폼을 잡았지만 한갓 공염불을 외우는 앵무새에 불과하였구나.

한 발자국만 거리로 나서면 우상의 광장, 온갖 물질과 성과 광기와 쾌락이 범람하는 사육제의 광장, 그 한 곁에서 환자들은 격리되어 신음하며 고통과 싸우며 어떨 때는 치료비가 없어서 절망하며 저처럼 울부짖고 있구나"
최씨는 수술 후 마비됐던 입술이 조금씩 풀려 "새봄의 휘파람"을 불게 됐다고 반가운 소식을 전한 후 암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와 화가 김점선을 비롯한 여러 아픈 이들을 격려하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내 몸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내 다정한 아픈 사람들아, 그대의 병을 대신 앓고 싶구나.

아프지 말아라. 이 땅의 아이들아, 내 누이들, 내 어머니. 그리고 이해인, 김점선아 이제 그만 일어나 나오거나.

창밖을 보아라. 새봄이 일어서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