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겨울 어느 날,미국 아이오와주에 있는 작은 도시 스펜서의 도서관장인 비키 마이런은 출근하다가 도서 반납함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녀가 조심스레 반납함을 뒤진 끝에 발견한 것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였지요. 버려진 고양이는 목욕을 거쳐 아름다운 긴 털의 오렌지색 줄무늬 고양이로 탈바꿈했고 이내 도서관 직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습니다.

녀석은 도서분류법인 듀이 십진분류법에서 따온 이름 '듀이'로 불렸지요.

듀이는 스펜서 도서관을 찾는 수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기쁨을 선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료한 노인들의 무릎에 앉아 재롱을 떠는 친구가 됐고,일자리를 구하러 도서관을 찾은 남자에겐 웃음을 되찾아주었습니다. 무기력했던 장애 소녀에겐 활력을 불어넣었고 맞벌이 부부들이 맡겨 놓은 아이들의 '소꿉 친구'가 돼줬지요.

도서관장인 마이런에게도 큰 희망을 안겨주었지요. 알코올 중독자 남편과 이혼하고 유방암 수술까지 받은 뒤 사춘기 딸과 갈등을 겪는 그녀에게 듀이는 '사랑과 희망'의 끈이 됐습니다. 불황 때문에 해고된 노동자와 일거리를 잃은 농부들이 속출했던 이 마을의 우울한 분위기도 듀이 덕분에 한결 밝아졌고 월마트가 입점한 후로는 근방의 중심지가 됐지요.

엊그제 번역돼 나온 《듀이》(비키 마이런 외 지음,갤리온 펴냄)의 저자이기도 한 마이런은 "한 마리의 동물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 고양이 한 마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버려진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어떻게 미국의 한 시골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온 동네를 하나로 묶어주었으며 그곳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소로 만들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이오와 스펜서 마을의 사랑스러운 도서관 고양이 '듀이 리드모어 북스'의 이야기를 온전히 듣기 전까지는 위 질문에 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썼습니다.

듀이가 2006년 말 19년간의 생을 마감했을 때 'USA 투데이' 등 수많은 언론에 부고 기사가 실리고 추모행렬이 끊이지 않았다니 더욱 놀랍지요.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면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책,강추!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