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 여부는 제쳐두더라도 이른바 미네르바 현상은 많은 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대가들이 쏟아낸 정치 · 사회적인 분석들과 그것이 만들어낸 여론은 미네르바 본인이나 사회의 병리현상을 개탄하는 쪽에 쏠렸던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를 있게 한 무엇에 대한 진지한 검토는 별로 없었고 지금도 없다.

미네르바 현상의 또 다른 측면은 많은 국민을 아마추어 경제학자로 만들었다는 현실이다. 그의 글들은 현실분석의 파워와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른바 공부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것은 경제 분석이나 전망에 관한 한 이 나라의 풍토가 매우 척박한 탓이다. 일반 국민이 신뢰할 만한 정보가 없다시피하고, 상황중계 수준 또는 거짓과 사이비만 그럴듯하게 유통돼왔다.

이번 세계 금융위기를 전후해서 서점가의 경제학 코너가 붐비는 현상도 이런 풍토의 한 단면이다.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가늠하는 데 지표가 될 만한 정보들을 열심히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전문가집단에 정확한 경제분석자료를 제공해온 21세기경제학연구소(소장 최용식)의 핵심 연구원 두 명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아주 간결하면서 탄탄한 경제해설서 《위기에 다시 읽는 경제교과서》를 내놨다.

환율과 금리,파생금융 세 가지 이론틀을 가지고 세계경제와 위기의 메커니즘을 설명한 다음 읽는 이가 스스로 지금의 경제현상을 뜯어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책은 강만수 전 장관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한동안 외환딜러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강만수를 위하여'라는 건배사가 유행했다. 말 그대로 그를 축하하자는 것이 아니라 환율정책의 속내를 다 보여줘서 고맙다는 뜻이었다고 한다. 경제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기본을 중시하자'는 뜻에서 책 제목에 굳이 '교과서'라는 말을 붙였다고 한다.

마지막에는 국내총생산(GDP)과 성장률,물가,실업률 같은 거시지표의 의미와 구실을 설명하는 장을 따로 붙였다. 중간중간 기축통화와 달러의 미래,파생상품,애그플레이션 같은 현안용어 해설과 함께 재미있는 주제들을 삽화처럼 끼워놓았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