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께서 친히 가르치시고 모범을 보여주신,완전한 정결과 순명과 가난의 생활을 영구히 사랑하고 실천하기를 원합니까?" "원합니다. "

지난 2일 오후 한국 천주교의 대표적인 순교성지인 서울 이촌동 새남터성당에서 열린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종신(終身)서원식.주례자인 서울대교구 황인국 몬시뇰의 물음에 종신서원을 청한 한진욱(30 · 대건안드레아) 이동철(29 · 베드로) 김동욱(28 · 다니엘) 류재형(33 · 야고보) 수사는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이들은 1년 이상씩의 지원기,청원기,수련기와 4년간의 유기(有期)서원기를 거친 수도자들.수도회에 들어온 지 짧게는 7년,길게는 10년 만에 이 자리에 섰다. 종신서원은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정결(독신),청빈(가난),순명(順命 · 수도원장의 명에 복종하는 것)의 세 가지 덕을 지키며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유기서원기에 1년마다 약속했던 것을 마지막으로 다짐하는 자리다.

주례자와 문답 후 서원문을 낭독한 이들은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하는 제대 위에서 서원장에 서명한 뒤 황석모 총원장(수도회의 대표자)에게 이를 전했다. 서원장과 함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한 것이다.

이어 수도자들이 황 몬시뇰로부터 복음 삼덕(三德)을 상징하는 흰색 도포를 받아 검은색 수도복 위에 걸치자 황 총원장은 이들이 수도회의 한 가족이 됐음을 선언했다.

종신서원이 끝나자 수도원의 모든 식구들과 종신서원자의 가족 · 친지들은 이들을 한 사람씩 얼싸안으며 축하했다.

일부 참석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종신서원은 수도자의 삶에서 제2의 생일과 같은 잔칫날이다. 욕심과 집착을 털어낸 새 삶을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종신서원을 앞둔 수도자들은 가족과 친지,친구 등에게 종신서원 사실을 알리고 함께 축하한다. 이날 종신서원식에도 1000여명이 참석해 이들을 축하했다.

종신서원의 소감을 묻자 한진욱 수사는 "내가 원해서 하느님의 부름에 응답했으므로 행복하다"고 밝혔다. 또 수도생활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류재형 수사는 "수도자들의 가난한 삶이 힘들어 보일 수도 있지만 소유에 대한 집착과 동시에 고통이 시작된다는 걸 알기에 집착을 온전히 떨쳐내고 하느님과 영원히 하나 되는 삶에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수도사제를 지망해 가톨릭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들은 올 여름 부제 서품을,내년 여름에는 사제 서품을 각각 받을 예정이다.

수도자들이 이날 종신서원을 한 것은 매년 2월2일이 '주님 봉헌 축일'이기 때문.성모 마리아와 요셉이 모세의 율법에 따라 출생 40일 만에 아기 예수의 봉헌예식을 거행한 것을 기념하는 이날을 천주교는 '봉헌생활의 날'로 정해 청빈,정결,순명을 서약하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수도생활로 안내한다. 또 전국의 많은 수도회들은 이날 종신서원식을 갖고 수도자들이 자신을 봉헌하도록 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