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고전 '밑바닥에서' 출연…"무대가 그리웠다"

SBS 예능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수로,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작년말 KBS 연기대상 조연상을 받은 엄기준.

브라운관에서 활약 중인 두 배우가 연극 무대에 나란히 선다.

코믹 연기의 달인으로 잘 알려진 김수로와 뮤지컬 배우 출신인 엄기준이 선택한 작품은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키의 고전 '밑바닥에서'(예술의전당 토월극장, 2.1-3.22). 극단 유가 '햄릿 1999'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정통연극이다.

양재동 연습실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수로는 "무대가 그리워 9년만에 돌아왔다"면서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영화배우로 활동하면서도 무대가 그리웠어요.

특히 버라이어티쇼를 하면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은 갈망이 더 강해졌죠. 영화로 전향하면서 10년 안에 다시 무대에 서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는데 결국 그 약속을 지키게 됐네요"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 어색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는 "내 자리에 온 듯 편하다"면서 "무대에서 관객을 만난다는 설렘과 기분 좋은 긴장감 속에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로는 대중들에게 영화배우로만 알려져 있지만 연극 무대에서 배우 인생을 시작한 연극인 출신이다.

대학 시절 극단 목화에 들어가 '백마강 달밤에'(1994)를 시작으로 '택시드리벌', '로미오와 줄리엣', '시련', '리어왕' 등 많은 연극에 출연했다.

스크린에서는 코믹 연기로 유명하지만 연극 무대에서는 주로 '진지한' 고전을 해왔고, 이번에 선택한 작품도 마찬가지다.

"작품 고르는데만 1년이 걸렸다"는 그는 "상업적으로는 가벼운 코미디가 유리하겠지만 작품성 높은 고전으로 정면대결 하고 싶었다"면서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캐릭터를 무대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치 치즈 스마일', '그들이 사는 세상' 등 안방극장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엄기준 역시 뮤지컬 배우로 먼저 데뷔한 무대 출신이다.

1년여만에 무대로 돌아온 그는 "TV드라마를 시작한지 2년이 채 안되기 때문에 아직 무대가 더 편하다"면서 "특히 연극은 연기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장르기 때문에 해마다 한 편 씩은 하려고 한다"며 무대에 대한 강한 애착을 나타냈다.

14일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하는 '밑바닥에서'(연출 황재헌)는 더럽고 어두운 싸구려 여인숙을 배경으로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엄기준이 맡은 역은 사기도박 전과자인 사틴. 한때는 지식인이었고 번듯한 직업도 있었지만 살인으로 감옥에 갔다온 뒤 밑바닥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김수로가 맡은 역은 젊은 도둑 페펠이다.

도둑질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 도둑질로 밥 벌어 먹고 살지만 항상 그런 삶을 탈피하려하는 욕구를 지닌 인물다.

그는 이 역할을 위해 몸무게 감량에 들어가 한 달간 5㎏을 뺏다고 한다.

"학창시절에도 이 작품에서 같은 역을 맡았다"는 그는 "당시 서울역에서 노숙을 해보기도 하고, 계단 위에서 소주를 마시면서 새벽까지 밑바닥 삶에 대해 논하기도 했었다"며 "귀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두 배우가 말하는 이 작품의 매력은 무얼까?
"겪고 싶지 않은, 피하고 싶은 군상 속에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밑바닥 삶을 사는 이 사람들에게도 희망이 있고,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이죠."(엄기준)
"이 작품이 우리에게 무얼 가르쳐주는 것일까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솔직히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객석에 앉아 보시면 '작품 참 좋다'는 느낌, 어떤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게 고전의 힘이 아닐까요?"(김수로)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hisun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