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유지하되 영비법에 내용과 분류기준 명시
영등위 의견 반영된 의원입법안 이미 국회제출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지난해 7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제한상영가' 등급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명혁 영등위 위원장은 2일 "헌법재판소로부터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선고를 받은 '제한상영가'의 내용과 분류 기준을 법률에 명시하는 내용의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법(이하 영비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영등위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유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하고 의안 제출권을 가진 문화체육관광부 및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의원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의견을 냈다.

이와 관련, 허원제(한나라당) 의원 등 16명은 이미 16일 제한상영가에 관한 규정을 명시한 영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에는 성과 폭력, 반사회적 행위 등의 묘사가 과도한 제한상영가 영화의 등급 기준을 법률에 정하고, 이런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하도록 제한하며 광고 및 선전물을 제한상영관에서만 게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위헌 결정을 받은 '비디오물 등급보류' 조항을 폐지하고 '제한관람가 비디오물' 등급을 신설, 영화와 마찬가지로 비디오물 등급분류 기준을 법률에 명시하도록 했다.

지 위원장은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취지는 제한상영가 등급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법률조항이 모호해서 명확성의 원칙,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므로 법률에 제한상영가 등급의 기준을 명확하게 적시해 확대해석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제한상영관 안에서만 틀 수 있고 광고 및 비디오 출시가 금지된데다 운영중인 제한상영관이 없어 사실상 상영금지라는 지적을 받아왔고, 헌재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규정한 영비법 조항이 모호하고 영등위 운영 규정에만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것은 '명확성의 원칙'과 '포괄위임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선고 이후 영등위는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취합하는 등 개선책을 강구해 왔다.

지난해 11월 영등위가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황창근 영등위원이 제한상영가 등급을 폐지하는 대신 일반 상영관에서 상영될 수 있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보다는 높은 '등급 외 등급' 신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 위원장은 "등급외 등급 신설안은 위원 한명의 의견이었고 현재 영등위는 제한상영가를 영비법에 명시하는 허원제 의원의 개정안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며 "음란물은 아니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보다는 수위가 높은 등급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한상영가가 사실상의 상영 금지로 이어져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문제제기에 따라 헌재에서 위헌법률심판이 이뤄졌는데도 현행 제한상영가 등급을 유지하는 내용의 법제화가 추진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 위원장은 "운영 중인 제한상영관이 없기 때문에 다른 제도로 뒷받침을 해줄 필요가 있고, 제한상영가 유지에 따르는 우려도 알고 있지만 청소년들을 유해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영등위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