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자연 앞에서 문명의 빛이 바래지는 곳,하와이는 태곳적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섬'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와이는 137개를 헤아리는 '섬들'이다. 우리가 아는 '하와이'는 그 중 제일 큰 섬의 이름이다. 하와이는 기원전 1500년께 인도네시아를 출발한 동남아시아의 고대 라피타인들이 통가,사모아제도,피지,타히티를 거친 목숨을 건 여정 끝에 발견한 곳이다. 하와이는 그들 말로 '신이 있는 곳'.일년 열두 달 꽃이 피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무지개가 뜨는 '지상 낙원'에 걸맞은 이름이다. 하와이제도에서 가장 큰 섬은 하와이지만 호놀룰루나 와이키키 해변은 가장 많이 개발된 오아후 섬에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이 오아후 섬에서 여행을 시작한 뒤 이웃 섬으로 넘어간다.

◆오아후 섬의 각양각색 해변들

하와이제도의 섬들은 우리나라의 제주도처럼 해안을 일주하는 방식이 좋다. 오아후 섬도 마찬가지.해안을 따라 있는 해변들은 성격에 따라 스노클링이나 수영,서핑을 하기 좋은 곳으로 나뉜다.

하와이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와이키키 해변.연중 따뜻한 기후와 높은 파도 덕에 와이키키 해변엔 전 세계에서 몰려온 탄탄한 몸매의 서퍼들로 가득 차 있다. 해변으로 나가 직접 서핑 강의를 하는 숍을 찾아봐도 되지만 호텔을 정할 때 서핑 강의가 준비된 곳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나우마베이는 파도가 잔잔하고 물이 깊지 않아 스노클링 장소로 유명하다. 앞바다의 산호초가 파도와 해류의 흐름을 막아줘 안전하게 스노클링을 하며 열대어를 구경할 수 있다. 청정한 바다를 유지하기 위해 입장객 수를 제한한다. 입구에서 7분여간 환경보호에 관련된 영상물을 의무적으로 봐야 한다.

하와이의 일출은 마카푸우 포인트에서 봐야 한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거대한 파도가 부서지고 그 위로 떠오르는 아침해가 장관을 이룬다.

마카푸우 포인트에서 북쪽으로 좀 더 올라가면 수영하기 좋은 와이마날로 비치가 나온다. 파도 높이가 30~60㎝ 정도로 어린아이가 수영하기에도 안전하다.

◆화산이 숨쉬는 곳,빅아일랜드

하와이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하와이는 보통 '빅아일랜드'라 불린다. 섬 면적이 제주도의 8배나 될 정도로 큰 이유도 있지만,해가 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와이의 화산은 필리핀이나 알래스카처럼 수직으로 대폭발하는 화산이 아니라 조용히 흘러내리는 슬라이드형 화산이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사이 용암이 바다를 메워 땅이 된 지역이 무려 297만6600㎡(90만2000평)나 된다.

이미 성장을 멈춘 서쪽의 마우나 케아 화산에 비해 동쪽에 있는 킬라우에아 화산은 이런 슬라이드형 화산의 전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1983년에 대폭발을 일으켰으며 지금도 계속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곳은 용암이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천천히 흐르기 때문에 분화구 주위로 원을 그리듯이 걸어서 갈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올라 분화구와 뜨거운 수증기 등이 솟아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태평양의 그랜드 캐니언,카우아이 섬

카우아이 섬은 섬 전체가 정원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정원의 섬'이란 별명이 붙었다. 하와이주 정부는 이런 섬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기 위해서 4층 이상의 건축을 규제한다. 이 때문에 섬에는 야자수보다 높은 건물이 없다. 정원의 섬이라고 해서 카우아이 섬이 화산섬의 거친 속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곳곳의 남성적인 분위기로 태평양의 그랜드 캐니언이라는 별명도 함께 갖고 있다.

현기증이 나는 수직절벽에 폭포도 23개나 있는 와이메아 협곡이 장관이다. 폭 1600m에 깊이 1080m의 협곡이 22.5㎞나 이어진다. 와이메아 해안도로를 따라 포이푸 비치로 가는 도중 물이 분수처럼 솟구치는 '스파우팅 혼(Spouting Horn)'의 광경도 박진감 넘친다. 용암대지 아래로 뚫린 터널로 파도가 들이닥치면 그 압력으로 고였던 물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분출된다.

카우아이 섬은 자연 그대로의 밀림으로 각종 블록버스터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1933년 이후 70여편의 영화가 촬영됐는데 '킹콩''고질라''식스 데이 세븐 나이트''쥬라기 공원'도 이 목록에 들어 있다. 특히 오파에카아 폭포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영화 '블루 하와이'의 한 장면을 장식한 명소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