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의 설연휴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다.

명절 내내 집안일로 혹사당한 주부들에게 어김없이 찾아온 불청객,바로 '명절 증후군'.음식 장만과 손님 맞이로 평소보다 3~4배 이상 높은 노동 강도를 견뎌낸 탓에 몸은 천근만근.허리와 팔,다리,어깨 안 쑤시는 곳이 없다. 이렇게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털기 위해 고부가 뭉쳤다.

시어머니 김종순씨(58)와 며느리 이지선씨(33)는 지난 28일 서울 신라호텔 '겔랑스파'를 찾았다. 이곳은 프랑스 명품 화장품 '겔랑' 제품으로만 테라피를 진행하는 럭셔리 스파.설연휴엔 가족을 위해 봉사했지만 오늘 하루만은 호텔 스파에서 여왕처럼 보내리라.

오전 8시.모녀지간처럼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스파 입구에 나타난 두 사람.겔랑스파 매니저가 오렌지빛 조명으로 은은한 분위기를 내는 라운지로 안내했다. 그의 설명을 들은 뒤 선택한 프로그램은 1시간40여분간 진행되는 '임페리얼 보디 테라피'. 가격은 한 사람당 23만2000원(부가세 별도).



첫 코스는 15분짜리 족욕 관리.룸에 들어서니 통유리창 너머로 잘 가꿔진 오리엔탈 스타일의 정원과 함께 눈 쌓인 남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쿠션이 푹신한 의자에 앉으니 테라피스트들이 각자 두 사람의 앉은키에 맞춰 의자 높이까지 세심하게 조절해줬다. 족욕기 속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니 온몸의 긴장이 한순간 확 풀리는지 두 사람 모두 지그시 눈을 감는다. 시어머니에겐 따뜻한 루이보스차가,며느리에겐 레드베리차가 제공됐다. 바깥의 찬 기운이 어느덧 사라지고 온몸이 온기로 가득해졌다. 차를 마시며 30여가지 항목의 자가진단 설문지를 작성했다. 이를 토대로 각자의 몸 상태에 가장 적합한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10여분이 지났을까. 테라피스트들이 "발의 혈을 풀어 보디 관리를 받기 전 긴장을 완화시킨다"며 발과 다리의 지압 마사지를 시작했다. 겔랑 스크럽제를 사용해 발과 다리의 각질을 제거한 후 마사지크림을 이용한 5분간의 지압 마사지가 이어졌다. 며느리 이씨는 "하루종일 서서 주방일을 하느라 다리에 뭉침이 있었는데 지압을 받으니 금방 시원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발을 내밀고 있는 게 민망하다던 시어머니 김씨도 어느새 시원한 지압에 몸을 맡겼다. 건조한 발과 다리에 보습효과를 주는 크림을 발라주는 것으로 첫 코스가 끝났다. 발 관리만 받았는데도 벌써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다며 두 사람은 무척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전신 관리를 받을 수 있는 트리트먼트 룸으로 이동했다. 보통은 개별 룸에서 각자 관리를 받지만 평소 엄마와 딸처럼 지내는 두 사람인지라 이날은 두 개의 방이 연결된 커플룸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서니 라운지에서 선택했던 오렌지향이 코끝에 은은하게 와닿았다.

방 한쪽에 비치된 덴마크 명품가전 뱅앤드올룹슨 오디오에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명상 음악까지 흘러나온다. 침대에 엎드려 누우니 테라피스트가 조명을 어둡게 낮춘 후 겔랑스파 전용 마사지 오일과 크림을 이용해 본격적인 보디 관리를 시작했다. 전문가의 손길이라 그런지 전혀 아프지 않고 몸이 나른해져갔다.

엎드린 자세에서 어깨와 등,척추까지의 마디마디를 거쳐간다. 허벅지와 다리로,또 똑바로 누운 자세에서 복부,팔,두피 순서로 뭉친 근육과 막힌 혈을 풀어줬다. 스트레스와 과다한 노동으로 쌓인 전신의 피로가 싹 달아나면서 저절로 눈이 감기고 잠이 몰려왔다. 이렇게 1시간가량 지났을까. 마사지 마무리 단계인 스트레칭이 이어졌다.

옷을 갈아 입은 후 다시 라운지에 등장한 두 사람.몇 시간 전과 달리 혈기가 가득해 약간 상기된 표정이다. 라운지에는 따뜻한 차 한잔이 준비됐다. "어머님,어디 불편하신 데 없이 괜찮으셨어요?"라는 며느리의 말에 시어머니는 "몸이 개운해진 것 같다"며 "특히 복부쪽이 제일 시원했다"고 매우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이후 각각 관리를 담당했던 테라피스트들의 간략한 설명이 이어졌다. 며느리 이씨를 담당했던 테라피스트는 "어깨와 목쪽 근육이 심하게 뭉쳐 있었다"며 "평소 운동할 때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주고,보디 피부가 건조한 편이라 찬물을 많이 마시면 좋다"고 조언했다. 시어머니 김씨의 담당 테라피스트도 "등쪽에 뭉침 현상이 집중됐고 피부가 건조해 각질이 좀 있었다"면서 "평소 집안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해주고 수분이 고농축된 보디세럼을 사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니저의 안내로 겔랑 제품으로 구성된 메이크업룸 거울 앞에 고부가 나란히 앉았다. 화장을 고치며 며느리는 "우리 어머님 멋쟁이시죠?"라며 시어머니 자랑에 나섰다. 이내 시어머니는 쑥스러운 미소와 함께 며느리를 바라보며 "연휴에 수고 많았다"며 "다음에 또 오자"고 어깨를 토닥였다. 팔짱을 낀 채 스파를 나서는 두 사람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