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주제에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모은 '패키지' 전시가 줄을 잇고 있다. 전시 제목도 가족의 행복한 주거 공간인 방을 비롯해 책,얼굴,몸,달항아리,소,색깔 등 다양하다.

화랑들이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차별화된 기획전으로 신규 컬렉터 유치에 나서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시장이 불안한 만큼 작품 판매보다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시장 분위기를 타진해 본다는 전략이다.

박여숙화랑의 '더 북스(The Books)'전(2월10일까지)을 비롯해 신세계갤러리의 '우보만리-소처럼 걷다'전(2월8일까지),갤러리현대 강남점의 '화가와 달항아리'(2월10일까지),더 컬럼스의 '블루전'(4월),금산갤러리의 '몸의 언어'전(5월),갤러리벨벳의 '더룸(The room)'전(3월31일까지)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데다 현대미술의 흐름도 파악할 수 있어 주목된다.

박여숙화랑의 '더 북스전'은 책을 소재로 한 작품을 모은 것.독일 작가 안젤름 키퍼,영국의 패트릭 휴즈,김성호,오병재,이경미,윤병운,이지현,황선태씨 등의 작품 30여점이 걸렸다.

책의 형체는 살려두되 글자를 뜯어내고 부드러운 섬유의 느낌을 부여한 이지현씨의 오브제 작품,쌓인 책과 조각상을 대비해 몽환적인 이미지를 표현한 윤병운씨의 그림,납과 흙 등을 이용해 책을 형상화한 안젤름 키퍼의 설치물,역원근법으로 책장이나 도서관을 그리는 패트릭 휴즈의 초현실주의 그림 등이 눈길을 끈다.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갤러리의 '우보만리(牛步萬里)-소처럼 걷다'전은 한걸음 한걸음씩 소망을 이뤄나가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기획한 전시.이이남씨의 미디어 설치작 '이중섭의 소 재해석',최석운씨의 소와 개,'꿈꾸는 섬' 등 회화와 입체 작품 40여점이 나와 있다.

인간의 육체적인 미학을 조형언어로 풀어낸 작품전도 마련된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 금산갤러리의 '몸의 언어'전에는 비디오 아티스트 빌비올라를 비롯해 타츠미 오리모토,바네사 비크로프트,김아타,데비한,권여현,박원주,이용덕,문범강씨 등 국내외 작가 20여명의 작품 10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 밖에 미술품과 가구를 활용해 삶의 공간을 톡특한 시각으로 꾸민 방을 보여주는 서울 삼청동 갤러리벨벳의 '더룸전'에는 젊은 작가 서루나 이진원 이순종 변정현씨 등 8명이 참여해 톡특한 시각으로 꾸민 방을 보여준다.

갤러리현대 강남점의 '화가와 달항아리전'에는 작고 작가 김환기 도상봉을 비롯해 중견작가 고영훈 김덕용 강익중,사진작가 구본창,도예가 박영숙 강민수씨 등 16명의 달항아리 소재 회화,사진,도자기 100여점이 걸렸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