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보이》 등 성장소설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 작가 팀 보울러의 작품 《꼬마 난장이 미짓》(김은경 옮김 · 다산책방)이 번역돼 나왔다.

국내에도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작가의 첫번째 작품이다. 《꼬마 난장이 미짓》은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고통받고 방황하는 10대가 등장하는 성장소설이다.

그런데 주인공이 색다르다. 성장이 불가능해 보이는 15살 난쟁이 소년 미짓을 내세웠다. 미짓은 수족이 뒤틀려 있는 데다 키가 작으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심지어 때때로 발작을 일으킨다.

게다가 미짓을 낳느라 어머니가 죽어야 했다는 이유로 형의 학대에 시달린다. 자신의 몸을 향해 '난 너를 증오해'라고 낮게 중얼거리는 미짓의 마음에는 자기혐오가 가득차 있다.

미짓은 '바보.내 발밑에 세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내가 세상의 발밑에 버려진 줄도 모르고…'라는 생각을 곱씹으며 사춘기를 보낸다.

그런 미짓에게 유일한 기쁨은 요트를 보러 가는 일이다. 절대 그의 것이 될 수 없고 설령 그렇게 된다 해도 장애 때문에 항해를 할 수도 없겠지만,그래도 그는 요트를 보며 꿈을 꾼다.

그러던 미짓 앞에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기이한 노인이 나타나고,노인의 호의로 미짓은 요트를 손에 넣게 된다. 처음으로 그의 현실을 꿈의 세계가 받아들여주는 순간이다.

원하는 바를 이룬 미짓은 변한다. 요트를 타고 혼자 항해에 성공할 뿐만 아니라 요트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한다. 치료도 호조를 보인다. 미짓은 자신 안에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감을 얻는다.

하지만 미짓의 작은 성공은 뿌리깊은 형제 간의 갈등을 부채질한다. 형의 폭력 때문에 죽을 뻔한 미짓은 간절하게 형이 죽어버리기를 바란다.

미짓이 몇번씩 잔혹하게 상상했던 것처럼 정말 형은 사고로 죽음의 문턱을 오르락내리락하게 된다. 그제야 주위 사람들은 미짓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깨닫게 되고 형을 용서해 그가 살아돌아올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기적을 일으켜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기적에는 응분의 대가가 필요하다.

형에 대한 증오를 주체할 수 없었던 미짓은 결국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받아들인다. 그 순간 미짓은 깨닫는다. 지금 자신이 무엇을 버렸고 무엇을 얻었는지를.그때 눈물같은 빗방울이 따뜻하게 번져간다.

보울러는 이 소설을 위해 10여년간 직장을 다니며 습작을 하는 힘겨운 무명 시절을 거쳤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4시간 정도 글을 쓴 뒤 피곤함을 안은 채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는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아침 7시까지 글을 쓴 다음 바로 직장에 나갔다"면서 "글을 쓴다고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글을 쓰는 동안 진실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오랜 산고 끝에 태어난 《꼬마 난장이 미짓》은 벨기에 청소년문학상과 뉴욕도서관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보울러를 단숨에 유명작가의 반열에 올려놨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