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 작가 19명이 다다이즘(이성에 의한 구속이나 전통적 형식을 거부하고 무의미의 의미를 주창하는 예술사조)의 본산지인 스위스 취리히의 카바레 볼테르에서 다음 달 7일부터 15일까지 펼쳐지는 '아방가르드 미술전'에 한꺼번에 나간다.

카바레 볼테르는 1차 세계대전 중인 1916년 철학자이자 시인이었던 휴고 볼과에미 헤닝스가 설립한 급진적인 예술인들의 모임 장소.현대 추상미술의 창시자 칸딘스키를 비롯해 폴 클레,데 키리코 등이 이곳에서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한국 현대미술이 카바레 볼테르에서 전시되기는 처음인 데다 출품작들이 우리의 성리학과 불교철학적인 전통을 현대미학으로 풀어낸 것들이어서 세계 미술계가 어떤 평가를 내릴지 주목된다.

화가이자 미술평론가인 임두빈씨(55 · 단국대 교수)와 이영재 현대미술 대표가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범생명적 초월주의'.한국 전통미술 재료인 한지를 활용한 전위적인 미술품뿐만아니라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킨 설치 작품 등 50여점이 출품된다.

전시장도 출품작들을 벽면에 부착하지 않고 천장에서 아래로 향하도록 배치,평면작업을 입체적으로 감상할수 있도록 새롭게 꾸며진다.

참여 작가는 김희경,곽태임,구연주,민광식,김지혜,민광식,박기훈,양규준,양태모,오혜련,이규학,이동석,이병욱,이현영,임두빈,장규희,정향,황순영씨 등이다.

임씨는 이번 전시에 대해 "한국의 아방가르드 미술이 성리학적 사유에 기반을 둔 아시아적인 비전을 다다정신과 결합해 새롭고 보편적인 미학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라며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되집어보고 서구인들에게는 오늘날 산업 문명의 복잡한 현상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씨는 전시 오픈닝 행사로 동양적 직관을 바탕으로 한 퍼포먼스 '공(空)'을 공연하며,퍼포먼스를 담은 비디오 작품을 전시 기간에 상영할 예정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