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남부지역에 극심한 겨울 가뭄이 계속되면서 5만여 태백시민의 목도 바짝바짝 타들어 가고 있다.

태백시민의 생활불편은 한국수자원공사 태백권관리단이 광역상수도 공급량을 평일의 70% 수준으로 줄인지 3일 만인 지난 14일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태백지역은 이날 오후부터 고지대는 물론 상가와 주택이 몰려 있는 시내까지 수돗물 공급이 완전히 끊기는 사태가 발생했다.

수돗물이 갑자기 나오지 않자 단수를 예상하지 못한 일부 음식점은 이날 오후부터 아예 영업을 중단했다.

단수에 대비해 대형 물통 등에 물을 담아 두었던 음식점들도 영업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으며 현재 태백지역에는 수돗물이 공급시간에도 예전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상장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P씨는 "가압장에서는 5시에 물 공급을 재개했다고 하지만 수압이 약해 1시간 30분이나 지난 오후 6시 30분께야 물을 받을 수 있었고 이나마 30분이 지나자 다시 끊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태백시 중심가의 물 부족 사태는 청솔, 우석, 대윤 등 물탱크를 갖추지 못한 구형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난 13일 늦은 밤부터 감지됐다.

태백시청 당직실과 상수도사업소의 공무원들은 13일 저녁부터 14일 오전까지 시민의 빗발치는 항의전화와 급수요청에 뜬 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

이날 처음으로 물 부족의 심각성을 피부로 경험한 시민들이 14일부터 앞다퉈 생활용수 확보에 나서면서 시내 철물점의 물통은 순식간에 동났다.

황지동에서 철물점은 운영하는 G 씨는 "준비했던 물통이 하루 만에 모두 팔려 다시 주문했다"며 "겨울에 난방기구보다 물통이 많이 나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문곡소도동 등 수돗물이 끊긴 일부 아파트단지는 비상급수 차량이 도착하는 매일 오전 한 통의 물이라도 더 받기 위한 주민들로 소란이 일고 있다.

방과 후 수업을 하고 있는 태백지역 일부 중·고등학교는 수돗물이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자 급식을 빵과 우유 또는 김밥 등으로 대신하고 있다.

시내에서 떨어진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강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계곡의 얼음을 뚫고 물을 길어다 쓰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물 부족으로 인한 생활불편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현실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시민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

태백시 관계자는 "현재 태백지역의 물 부족은 재난상황과 다름없다"며 "16일부터는 한국수자공사, 소방서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재난종합상황실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b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