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가 공자에게 여쭈었다. "'곱게 웃으면 볼우물 일고,아름다운 눈 초롱초롱한데,흰 바탕에 고운 무늬 이루었네'라고 한 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은 후에야 된다는 뜻이지." "예가 나중이라는 뜻입니까?" "나를 계발시켜 주는 사람은 너 상이로구나. 비로소 함께 시를 논할 수 있게 되었다. "'논어박사'로 통하는 민경조 코오롱 부회장은 《논어 경영학》에서 이 고사를 들려주며 형식적인 예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이루는 덕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 "위기일수록 근원으로 돌아가라"는 교훈을 거듭 얘기한다. 그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인(仁)과 예(禮),의(義)와 신(信)을 지키는 데 있다고 역설한다. 경제 위기는 신뢰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려면 근원으로 돌아가 믿음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논어>를 1000번 이상 숙독했다는 그는 "요즘처럼 혼란하고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논어>에 숨은 경영의 정수와 불변의 진리를 체득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면서 2500여년 전의 얘기를 21세기 기업 환경 위에 펼쳐 놓는다. 그러면서 '인자는 자기가 서고 싶을 때 남부터 먼저 세우며,목적을 달성하고 싶으면 남을 먼저 달성하게 한 후에야 자기가 달성한다' '가까운 곳 사람들은 기뻐 따르게 하고,멀리 있는 사람은 찾아오게 해야 한다' 등의 명구를 하나씩 되새기게 해준다.

손욱 ㈜농심 회장도 《십이지 경영학》을 통해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혁신 경영의 달인'으로 불리는 손 회장은 열두 마리 동물의 성질에서 경영의 기본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쥐와 소,호랑이,토끼에서 성공하는 기업 CEO(최고경영자)의 사고기술을 배우고 용,뱀,말,양,원숭이,닭에서는 경영 혁신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개,돼지로부터는 상생과 지속 성장의 지혜를 깨우칠 수 있다고 한다.

나아가 열두 동물의 지혜에서 뽑아낸 12가지 경영 원칙도 제시한다. 예를 들면 소가 네 개의 위를 가진 것은 꼴을 먹는 시간만큼이나 오래 되새김질하면서 먹이를 제대로 소화하기 위한 '필요의 산물'이다. 그는 "기업경영에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도 이와 같아야 한다"면서 느린 소가 묵묵히 천리를 가듯 늦더라도 진득하게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이 같은 '문제 찾는 법'을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근무 시절의 에피소드와 접목시킨 대목이 신선하다. 이를 '근본적인 모순 제거를 통해 혁신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주는 트리즈 기법'과 연계해 설명하는 장면도 흥미롭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