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1 경쟁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주연된 홍광호

뮤지컬 배우 홍광호씨(27)가 지난해 말 군대에 간 조승우씨의 빈자리를 메워줄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엄청난 노래 실력으로 '미친 가창력'이란 별명까지 얻은 홍씨는 4개월 전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다. 지난해 9월 류정한 임태경 박해미 등 쟁쟁한 스타와 함께 출연한 뮤지컬 '스위니토드'에서다. 당시 조연급이었던 소년 토비아스역의 홍씨가 노래를 부르는 순간 객석은 술렁였다. 소름이 돋도록 깨끗하게 올라가는 고음,그러면서도 힘을 잃지 않는 뒷심이 관객들을 사로잡은 것.

그는 요즘 '스위니토드'에서 보여줬던 실력을 인정받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주연으로 공연 중이다. 홍씨는 뮤지컬 배우인 누나 홍별님씨의 권유로 계원예고로 들어가긴 했지만 애초에 배우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끼리 꾸민 첫 연극 무대에 선 뒤 생각이 바뀌었다.

"평소에 수줍음이 많았는데 무대에 서니 저로 인해 관객들이 좌지우지되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꼈어요. 제가 숨을 멈추면 관객도 숨을 멈추는 모습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죠."

그는 이후 중앙대 연극영화학과로 진학했다. 2002년 '명성황후' 런던 공연 앙상블로 데뷔했다. 계원예고에서 배우 조승룡씨의 가창 수업을 들었던 것이 전부인 실력으로 따낸 배역이었다. 군대에 가서도 뮤지컬에 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2004년 강원도 홍천에서 군대생활을 하던 홍씨는 강원도를 벗어나면 안 되는 외박증을 끊고서도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를 찾아 '지킬 앤 하이드'를 보고 부대에 돌아간 적이 있었다.

"승우형의 공연을 보고 반드시 저 주연을 따내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나도 저만큼 관객들을 휘어잡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죠."

그는 제대 후 2006년 '미스 사이공'에서 앙상블 겸 주인공 커버(대타)로 출연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 띄기까지 쉽지는 않았다. 2007년 '첫사랑'과 '스위니토드'에 발탁되기까지 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오디션 서류심사에서 수없이 탈락했다.

홍씨는 그럴수록 훈련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자신이 연기하고 싶은 뮤지컬 배역의 노래를 1000번 이상씩 들었다. 무작정 연습부터 하기 전에 음악을 계속해서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많이 들을수록 자신이 직접 노래를 불렀을 때 표현할 수 있는 '재료'가 늘어난단다. 그는 이렇게 쌓아온 실력으로 13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킬 앤 하이드'의 주연으로 발탁됐다.

홍씨는 내년에 꼭 뉴욕 브로드웨이로 가고싶다고 한다. 거기서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을 보며 자신을 한번 더 채찍질하고 싶단다. "저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계속해서 보고 듣고 느끼며 스스로를 다잡아 나가야죠.2009년엔 지금보다 더 큰 열정을 키우고 싶어요. "

글=박신영/사진=강은구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