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평화를 원합니다. 그런데도 늘 전쟁이 일어납니다. '인류가 있는 곳에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없다'는 말처럼 지구촌은 언제나 분쟁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왜 일어날까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힘이 근본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기존의 통념입니다. 민족주의나 군국주의,동맹체제처럼 국가의 이념,경제적인 원인,정치 상황 등이 '불가피하게' 전쟁을 불러온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미국 샌디에이고대학의 존 스토신저 교수는 《전쟁의 탄생》(플래닛미디어 펴냄)에서 지도자들의 성격이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합니다. 유엔에서 7년간 일한 국제외교 전문가인 그는 1 ·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베트남전쟁,발칸전쟁,인도-파키스탄 전쟁,아랍-이스라엘 전쟁,이라크전쟁 등 10개의 전쟁을 분석하면서 지도자의 '잘못된 지각'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습니다.

'잘못된 지각'은 자신의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지도자들은 단기 결전에서 승리할 것을 '맹신'하기 일쑤죠.김일성은 2개월 내에 남한을 점령할 것으로 믿었고,미국은 베트남에 조금 더 많은 폭탄과 병력만 투입하면 이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또 다른 요인은 적을 보는 지도자의 관점입니다. 1914년 독일 황제의 슬라브 민족에 대한 증오심과 히틀러의 소련에 대한 경멸,미국의 아시아 공산주의에 대한 오판,아랍과 이스라엘의 반목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세 번째 요인은 적의 의도를 보는 지도자의 관점입니다. 적이 자신을 공격하리라고 생각할 때 전쟁 확률이 높아진다는군요. 마지막 요인은 적의 능력과 힘을 얕잡아보는 관점입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러시아의 힘을 과소평가했고 맥아더는 중공군의 개입 가능성을 잘못 판단했지요.

저자는 이렇게 전쟁의 원인이 '인간'에 있다면서 희망 또한 '인간'에게서 찾습니다. 전쟁은 인간의 공격 성향처럼 근절시킬 수 없는 본성이 아니라 학습된 행동일 뿐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인류는 성당과 난민수용소 모두를 건설했다'는 결론이 더욱 의미있고 함축적으로 다가옵니다.

고두현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