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엘 에리언 지음│손민중 옮김│한경 BP│380쪽│1만8000원

경제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국경이나 시장 간의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다. 금융산업의 발달과 이에 따른 금융상품 개발은 개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하나의 신흥경제에 지나지 않던 중국경제는 이미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미국 국채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이 되었다. 미국 모기지 채권에 투자한 헤지펀드의 손실은 이와는 관련없는 한국 증시를 하락시키고 환율이 급등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환율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주부들이 이제는 원 · 달러 환율 뉴스를 경청하면서 해외투자펀드의 환매시기를 저울질하고,재테크를 위해 주가선물,옵션 등 각종 파생상품에 기반한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경제와 금융시장은 전에 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를 하회하는가 하면 과거에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신흥국들이 선진국에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각종 파생상품에 투자한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의 손실 규모가 전례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이러한 환경의 급변과 혼란으로 우리는 날마다 주가,금리,환율에 대한 뉴스와 분석 전망에 귀기울이면서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 아직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거대한 트렌드의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부의 탄생》(원제; When Markets Collide)이 번역돼 관심을 끈다.

저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핌코(PIMCO) 등에서 다년간의 학문적 지식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트렌드의 변화를 깊이있고 실감나게 제시하고 있다. 자칫 딱딱하고 전문적이기 쉬운 주제들에 대해 저자는 여러 가지 사례와 부드러운 설명으로 알기 쉽게 전달한다. 그는 미래의 경제와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향후 미래 경제에서 신흥경제권의 영향력이 부각되면서 세계 경제는 미국 중심에서 점차 다극 체제로 변화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 신흥국들은 성장을 지속하면서 경제의 성격이 제조업 위주의 수출 기계에서 소비국으로 변화할 것이다.

둘째로 과거 이들 신흥국들은 늘어가는 대외자산을 그저 안정적으로 보유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 채권에 투자했으나 이제는 채권국의 역할을 서서히 준비하면서 국부펀드 등으로 미래를 지배할 수 있는 투자에 과감해지고 세계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융기법의 발달로 수많은 금융상품들이 등장하고 거래가 급격히 늘면서 리스크의 이전과 분산의 주요 수단이 되는 동시에 적절한 운용과 제도 정비가 따르지 않을 경우 '시한폭탄'과도 같은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가 가져올 변화의 영향은 엄청나다. 신흥국들이 수입국으로 바뀌면서 세계무역의 불균형이 바로 잡히게 되면 현재 신흥국들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미국으로 다시 흘러들어가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게 된다. 또한 신흥국들의 적극적인 투자는 향후 채권에서 주식 및 부동산시장으로 엄청난 자금의 이동을 가져오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트렌드를 제시하는 한편,정책당국자와 시장참여자들이 과거의 경험에 의존한 결정을 반복하는 경우 누적된 실수 때문에 시장에서 매우 큰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확하고 한발 앞선 결정은 기업의 미래나 개인의 투자에서 큰 차이를 낳을 수 있다.

이 책은 흔히 찾게 되는 실전적인 재테크지침서는 아니지만 향후 전개될 상황에 대한 하나의 이정표로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저자의 학문적,실무적 경험과 알기 쉬운 설명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세상을 이해하고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현상이 아닌 미래의 트렌드 변화를 알아야 한다. 이러한 안목으로 멀리 바라보기를 원하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정형민 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