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발키리'는 전쟁영화가 아니라 지상 최대의 악을 내부에서 없애고자 했던 전쟁 중의 음모에 관한 스릴러다. "

실존 인물이자 영화의 주인공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역을 맡은 톰 크루즈의 이 말은 '작전명 발키리(Valkyrie)'의 핵심을 관통한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시기,극소수의 고위 독일군이 히틀러를 암살하고 나치 정부를 전복하려 했던 실화를 토대로 한 액션스릴러다.

세계 최고의 티켓파워를 지닌 톰 크루즈와 스릴러의 명장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실패한 쿠데타'를 박진감 있게 스크린으로 옮겼다.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연합군의 폭격으로 한쪽 눈과 팔을 잃는 독일군 대령 슈타우펜베르크는 1943년 12월26일,베를린 비밀단체의 일원으로 울브리히트 장군을 대신해 히틀러가 참석하는 작전회의장으로 떠난다.

그의 한쪽 손에는 시한폭탄이 들어있는 서류가방이 들려 있다. 일명 '발키리'작전의 시작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회의는 돌발 변수로 취소된다. 암살 작전도 더불어 연기되다가 마침내 결행일이 다가온다.

제목의 '발키리'는 영화의 테마곡인 바그너의 오페라곡 '발퀴레'의 영어식 표기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발키리는 용맹스런 전사자들의 영혼을 천상으로 인도하는 여신을 일컫는다. 히틀러에 대한 15차례의 암살 기도 중 최후의 사건 이름이기도 하다.


싱어 감독은 관객들이 주인공과 동일한 시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도록 연출함으로써 극의 서스펜스를 끌어올린다.

회의장으로 가는 대령의 경직된 얼굴과 그를 마중나온 나치 친위대의 사소한 행동을 카메라가 번갈아 비추는 사이 긴장감은 고조된다.

관객들에게 혹시 친위대가 작전을 눈치챈 것은 아닐까 우려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단순히 폭탄가방을 들고 회의장에 들어가는 대령의 얼굴에만 초점을 뒀더라면 심리적 긴장감을 극대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암살 작전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반응은 마치 인간 세상의 축소판인 듯하다.

목숨이 위태로워질 게 뻔한데도 묵묵히 남편의 암살 모의를 지켜보는 아내,암살 작전에 적극 가담하는 공모자,막상 작전이 개시됐을 때 망설이는 소극적인 가담자,친위대와 암살단 양측의 눈치를 보다 승자편에 서는 기회주의자 등은 마치 우리네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소수만이 알고 있었던 사건을 아주 근사한 이야기로 다시 만들고 싶었다"는 싱어 감독의 바람은 제대로 이뤄진 것 같다. 너무 무거운 분위기가 흥행에는 약점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지만.22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