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설법의 핵심을 423개의 시로 구성한 <법구경(法句經)>은 불경 중 가장 널리 읽히는 초기경전이다. 법구경의 원래 이름은 팔리어로 <담마파다>,산스크리트어로는 <다르마파다>인 데 3세기 중국의 유기난이 한역하면서 <법구경>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870년 막스 뮐러가 영역본을 내면서 전 세계에 유포돼 지금까지 나온 영역본이 100종을 넘고 일어ㆍ한글본도 각각 10여종이나 된다. 그러나 국내에 나와 있는 한글본은 거의 일역본이나 영역본을 중역(重譯)한 것이어서 팔리어 원전과는 차이가 크다고 전재성 한국빠알리어성전협회장(사진)은 주장한다.

그가 국내 최초로 팔리어대장경의 법구경 원전(담마파다)을 직역하고 2023개의 주석을 단 주해서 <법구경-담마파다>를 펴낸 것은 이런 까닭이다.

전 회장은 이 책에서 <담마파다>의 한글 번역은 물론 원문과 한역,영역,팔리어 주석서 등을 토대로 한 상세한 주석과 각각의 구절이 탄생한 배경 이야기인 인연담까지 소개하고 있다. 특히 기존 번역서들의 오역과 지나친 윤색,원전에 없는 내용 첨가 등 숱한 오류를 바로잡은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성과다.

예를 들어 '믿음을 여의고 무위를 아는 님,결박을 끊은 님,기회를 부수고 소망을 여읜 님,그가 참으로 위없는 사람이다'라는 구절을 기존 한글본에서는 역자마다 제각각 달리 표현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믿음을 여의고'라는 구절만 해도 '쉽게 믿어버리는 성질도 없고''망녕되게 남을 믿지 않고''무엇인가 믿는 일 없이''얕은 믿음에서 벗어나고' 등으로 역자마다 달리 옮기고 있다는 것.그러나 이 구절에 대한 팔리어 주석을 보면 '명상수행을 통해 믿음을 극복하고 길과 경지를 자각한다'는 의미여서 '믿음을 여의고'라고 번역해야 한다는 게 전 회장의 설명이다.

이 책은 또 팔리어 원전의 뜻을 살려 한역에서 '온(五蘊)'으로 번역된 '칸다'는 '존재의 다발','선남자(善男子)'로 번역된 '삽뿌리싸'는 '참사람',최근 위파사나 수행자들이 '마음챙김'으로 번역하고 있는 '사티'는 '새김'으로 고치는 등 중요한 용어들도 바로잡았다. 856쪽.5만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