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드라마 연출이 힘들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번 드라마가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습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작품일 될 것 같아요."

클래식의 문외한이었던 한 남자가 클래식으로 전 국민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주인공은 12일 종영한 MBC 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38) PD.

사극 '다모'를 연출할 때 '다모폐인'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낼 정도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이 드라마에서는 클래식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또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일지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희망을 전했다.

12일 저녁 이 드라마의 종방연에서 만난 이 PD는 "좋은 대본, 김명민이라는 훌륭한 배우, 연주자와 스태프의 피와 땀으로 좋은 결실을 맺은 것 같다"며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린 주범이 됐다"고 웃으며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강마에의 떠나는 뒷모습 등을 편집할 때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며 "하루 두 시간 정도 자는 등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편하게 연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의 기획 배경에 대해 "비주류였던 사람들이 주류로 편입되려다가 다시 아웃사이더가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작가가 클래식 이야기를 제안했고 뮤지컬, 우주인 선발 과정 등을 소재로 검토하다가 클래식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클래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오합지졸 오케스트라 단원과 명지휘자가 엮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연출자인 이 PD는 클래식의 문외한이다.

"저는 클래식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연출하기가 더 힘들었지요. 다만 평소에 차를 운전할 때 클래식 FM을 틀어 놓고 다니기는 했어요. 드라마에 삽입된 클래식 음악은 작가와 서희태 예술감독께서 선곡하셨습니다."

이 드라마는 낯선 소재인 클래식을 다룬다는 점 외에도 여러 난관이 많았다.

특히 일본의 인기 드라마인 '노다메 칸타빌레'와 소재가 같다는 점에서 비교 대상이 됐다.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다뤘던 내용을 피해가려고 작가가 병적으로 노력했습니다. 시청자에 대한 예의이자 자존심의 문제였기 때문이지요. 와중에 '노다메 칸타빌레'에 주인공인 우에노 주리를 우리 드라마에 특별 출연시키는 게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기도 했어요. 추진하려다 여러 여건이 맞지 않아 포기했습니다."

또 클래식 곡을 연주 장면과 일일이 맞추는 작업 등이 무척 까다로웠다.

다른 드라마를 연출할 때는 겪지 않아도 되는 어려움이었다.

그는 "화면 당 오디오와 비디오가 각 25트랙씩 담겼다"며 "1초를 제대로 맞추려면 50트랙을 손질해서 맞춰야 했는데 편집을 담당한 오세레나 씨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어려움을 뚫고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강마에' 김명민의 명연기를 꼽았다.

"배우가 자기 몫의 100%만 연기를 해줘도 최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김명민은 120~130% 수준의 명연기를 펼쳤다"는 것.

"드라마를 기획할 때 강마에가 나중에 이 정도의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했어요. 1, 2회가 방송될 때는 약간 불안하기도 했는데 3회부터는 자신감을 찾았습니다. 김명민 씨는 게리 올드먼의 노인네 같은 연기를 참고한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고집이 있으면서도 대사 톤이 유연한 성격의 강마에를 상상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강마에의 대사 톤이 다소 뻣뻣하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조금 지나자 김명민 씨가 이 캐릭터의 매력적인 면을 찾아 표현하기 시작했지요."

이 PD는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형제 소방관 이야기, 첩보물, 다이버 이야기 등 세 가지 소재를 놓고 고민 중"이라며 "일단은 조금 쉰 후 차기작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