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소재로 한 MBC TV 화제작 '베토벤 바이러스'가 12일 18회를 끝으로 종영한다.

이 드라마는 파격적인 소재를 도입했을 뿐 아니라 주인공의 성격을 독특하게 그리는 등 국내 드라마에서 그동안 공식처럼 사용했던 여러 장치들을 과감하게 무시해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 김명민이 독설을 퍼붓고, 일반인에게 생소한 클래식 연주 장면이 나와도 대중은 열광했다.

이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깨트린 '드라마의 공식'을 살펴본다.

◇공식 1. '주인공=착한 정의파'


그동안 평일 저녁 드라마의 주인공은 대개 '착한 정의파'였다.

큰 시련 앞에서도 열등감 없이 당당하게 맞섰고 늘 따뜻한 말로 남을 배려했다.

그러면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바른 정의감도 갖췄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인 마에스트로 강건우(김명민 분)는 정형화한 드라마 주인공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캐릭터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았고, 동명이인인 후배 음악가 강건우(장근석 분)에 대한 열등감도 자주 노출됐다.

특히 '강마에' 김명민은 실력이 모자라다고 판단한 사람들에게 퍼붓는 독설로 기존 드라마의 주인공과 확실하게 차별화됐다.

'똥.덩.어.리', '니들은 그냥 개야, 난 주인이고', '아 그리고 오늘은 거기에 새로운 사실이 추가되네요.

거지근성', '착해야 한다, 멋있어야 한다, 해야 한다 따위는 집어치우라고. 그냥 네 본능대로 하란 말야' 등 그가 남긴 말들은 '어록'으로 정리돼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 드라마의 제작사인 김종학 프로덕션의 박창식 이사는 "극 중 대사를 살펴보면 평소 방송에서 할 수 없었던 말들이 가감없이 나가기도 했다"며 "미사여구 없이 자연스러운 이런 부분에 대해 시청자가 공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식 2. '미니시리즈는 멜로가 핵심'


이 드라마는 남녀의 멜로를 앞세우지 않았다.

극 후반 강마에, 강건우, 두루미(이지아 분)의 삼각관계가 불거지면서 극의 흐름이 다소 뒤엉키기도 했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멜로는 '대세'가 아니었다.

또 드라마가 즐겨 쓰는 '출생의 비밀', '복수' 등의 개념도 도입하지 않았다.

대신 클래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에 초점을 두고 우직하게 드라마를 끌고 갔다.

박창식 이사는 "사실 이 드라마를 기획할 때 과연 시청자가 이런 소재에 공감할지 고민했다"며 "이전 드라마에서 공식처럼 사용했던 재벌가, 출생의 비밀 등이 아닌,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지만 손에 닿지 않았던 소재를 적극 활용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공식 3. '작은 드라마는 대작을 이기기 어렵다'


방송 전만하더라도 이 드라마에 기대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같은 시간대에 대작으로 분류되는 송일국 주연의 KBS 2TV '바람의 나라', 박신양 문근영 주연의 SBS TV '바람의 화원'이 전파를 탔기 때문이었다.

'바람의 나라'와 '바람의 화원'에는 각각 제작비 200억 원과 6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베토벤 바이러스'에는 약 35억원의 제작비가 사용됐다.

더욱이 '베토벤 바이러스'는 김종학 프로덕션이 MBC에 '히트', '하얀 거탑' 등 4편을 묶어서 함께 판매한 작품으로 엄밀히 말해 기대작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MBC의 일부 관계자는 "'베토벤 바이러스'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 드라마"라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나자 이런 판단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9월10일 첫 방송에서 15.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한 이 드라마는 10%대 후반의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는 돌풍을 일으켰다.

◇공식 4. '클래식은 대중적이지 않다'

이 드라마는 또 클래식의 대중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클래식은 드라마 소재로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을 깨고 인기를 끌자 대중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클래식으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드라마의 컴필레이션 음반인 '베토벤 바이러스-더 클래식스 Vol.1'은 한 달 동안 3만5천 장 이상 팔려나가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컴필레이션 2집이 기획되고 있으며, 아마추어 실내악단 단원 모집 경쟁률이 10대1을 넘는 신드롬도 만들어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같은 선전은 일본의 클래식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아류라는 비판을 딛고 일어선 것이라 더욱 두드러진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성공은 국내 드라마의 장르가 다양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호평도 나왔다.

배우의 열연과 PD의 연출력도 클래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끄는 데 한몫했다.

김명민은 잠꼬대할 정도로 클래식 지휘 연습에 매달린 끝에 전문 음악가들도 놀랄 정도의 지휘 솜씨를 과시했다.

이지아와 장근석 등도 캐스팅 직후부터 밤잠을 줄여가며 바이올린과 트럼펫 연습에 힘써 기대 이상의 연주력을 펼쳤다.

박 이사는 "대본도 좋았지만 특히 이재규 PD의 영상화법이 탁월했다.

딱딱할 수 있는 소재인 클래식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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