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아 눈길 끄는 연극들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매번 작품성 있는 연극으로 호평을 받아온 '연극열전2' 시리즈의 열 번째 작품 '민들레 바람 되어'와 1983년 초연 당시 최대 관객을 동원한 '신의 아그네스'가 주목된다. 두 작품 모두 조재현과 윤석화 같은 정통 연기파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민들레 바람 되어'는 중년부부의 로맨스를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평범한 은행원인 안중기.그의 아내 지영은 민들레를 좋아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여자다. 한 번도 아내에 대한 사랑을 의심해 본 적 없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된 중기는 자신이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사랑이 과연 존재나 했는지 혼란스러워진다.

중기는 극 중 유일하게 등장하는 현실의 인물로 그의 독백을 통해 과거의 사건과 심리가 1시간30분 동안 압축적으로 표현된다.

안중기 역에 연기파 배우 조재현과 연극배우 이승준이 더블 캐스팅됐다. 상대역인 아내 오지영 역은 '침향' '억울한 여자'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연극 배우 이지하가 맡고,탤런트 이한위와 연극 배우 황영희가 노부부 역을 맡아 서정적인 내용에 유쾌한 웃음을 더할 예정이다.

조재현은 28일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를 신선하고 독특한 구성으로 풀어냈다는 점에 매료됐다"며 작품을 선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연극열전2'의 프로그램에 해외 번안극이 많이 포함돼 있는데 국내 신예작가의 창작품도 올리자는 취지에서 이 작품을 선택했습니다. 신예 작가의 초연작이라는 불안요소도 있지만 그 형식의 신선함과 내용의 보편성이 저를 충분히 매료시켰죠.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인 평범한 은행원 주인공의 일생을 통해 우리 모습을 비춰볼 수 있습니다. "

이 작품은 동숭아트센터에서 11월7일부터 내년 1월11일까지 공연된다. 2만5000~3만5000원.(02)766-6007

'신의 아그네스'는 종교를 소재로 하지만 '믿음'이 없는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순결의 상징인 수녀원에서 갓 태어난 아기가 탯줄에 목이 감긴 채 휴지통에 버려진다. 아기의 어머니인 아그네스는 어릴 때 어머니에게 성적 학대를 받아 자식을 잔인하게 살해했지만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당시 아무것도 모르는 21세 수녀 역을 맡았던 윤석화가 이번에는 신을 믿지 않는 냉철한 리빙스턴 박사로 변신해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초연 당시부터 리빙스턴 박사 역을 연기해보고 싶었다는 그는 이성적인 무신론자에서 벗어나 기적을 믿게 되는 인물의 내면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야누스의 이중성을 가진 아그네스 수녀 역은 연극배우 전미도,신의 기적을 그리워하는 원장 수녀 역은 한복희가 맡았다. 12월6일부터 내년 2월14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된다. 2만5000~5만원.(02)3672-3001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장미향 인턴(한국외대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