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행동 나올까 심히 우려"

불교 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 대웅전에서 스님이 배를 자해한 사건은 종교 차별에 항의하는 스님들 정서의 일면을 보여준다.

30일 낮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에서 삼보(60) 스님이 혈서를 쓰고 흉기로 배를 세 차례 자해해 경기도 일산 동국대병원으로 옮겨져 상처를 꿰매는 등 치료를 받고 있다.

삼보 스님은 1980년 신군부가 자행한 10.27 법난 때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 주지였다가 삼청교육대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고, 지난 2005년 10.27 법난 관련 정책 간담회장에서도 자해한 적이 있던 것으로 조계종의 경위 파악 결과 확인됐다.

불교계의 '종교 편향' 항의는 인터넷 지리정보 시스템인 '알고가'의 사찰 정보 누락 이후 공교롭게도 유사한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한층 거세졌다.

급기야 조계종의 수장인 총무원장 지관 스님에 대해 과잉 검문이라는 경찰의 '무례'로 분노가 커졌다.

이어 종교 편향에 항의하기 위해 불교 27개 종단과 신도, 단체 대표자들이 모여 범불교도 대회를 열기로 결정한 후에도 참선 수행중인 스님들의 선방에서 흉흉한 소리는 끊이지 않고 새어 나왔다.

초기에는 '산문(山門)폐쇄'라는 경고였다.

절로 들어가는 문을 걸어 잠그고 세상과 소통을 끊은 채 오불관언 본연 임무인 수행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런 농성 형태의 항의는 대중의 관심을 끌어낼 수 없다는 점에서 점차 힘을 잃어갔다.

잠잠해지는가 싶었던 선방의 분위기는 지난 15일 여름철 집중 수행을 위한 하안거가 끝나고 이어 27일의 범불교도 대회를 앞두고 다시 과격하게 돌아갔다.

공부를 마치고 산문을 나선 스님들이 바깥 세상에서 벌어진 일련의 종교편향적 사건들에 대한 진상을 접한 다음 분노가 끓어오른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손가락을 태워 부처님께 바치겠다는 '소지(燒指)'공양 소리가 나오는가 싶더니 손가락을 끊겠다는 단지(斷指) 공양, 심지어 소신(燒身) 공양하겠다는 극언까지 흘러 나왔다.

단지공양은 과거 사례도 있었던 터라 스님 1만여 명이 모였던 범불교도 대회에서 집행부는 내심 조마조마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986년 합천 해인사에서 열린 승려대회에서 한 스님이 손가락 4개를 자르며 정부를 향한 항의의 뜻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불교계의 분노는 멀리 10.27 법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게 불교계의 분석이다.

당시 신군부는 전국 사찰에 군 병력을 보내 스님과 민간인 153명을 연행했고 32명은 정화위원회에 넘겨 삼청교육대로 보냈다.

그러나 불교계는 알려진 것보다 10.27 법난의 피해가 더 크다고 주장해왔다.

불교계의 10.27 법난에 대한 명예회복 주장은 최근 받아들여져 지난달 '법난 피해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이 입법 예고되는 등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조계종 관계자는 "스님들이야 흔히 '이번 세상에서 (성불하지) 못하면 다음에 하지'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하지만 극단적 행동을 취할까 봐 걱정스럽다"면서 "더구나 속인들처럼 처와 자식이 없어 행동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 이럴 땐 오히려 안타깝게 여겨진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tsyang@yna.co.kr